국익과 실리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중동발 전운이 한반도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라는 노골적인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냉철한 현실 분석과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 청년들을 사지로 내모는 파병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정치권의 위험천만한 ‘도박’, 누구를 위한 파병인가
최근 안철수, 조정훈, 박수영 등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파병 찬성론을 들고 나왔다. 특히 안 의원은 파병을 핵 추진 잠수함 건조나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를 위한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자며 이를 ‘안보 자산 확보의 기회’라고 강변한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간사인 박 의원 또한 대미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타국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전쟁에 우리 군대를 보내는 대가로 무기를 얻어내자는 발상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윤리를 저버린 ‘전쟁 장사’와 다를 바 없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안보를 도구화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파병이 국익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면, 왜 본인들과 그 자녀들부터 선발대로 자원하지 않는가. "그렇게 좋으면 당신들이나 당신 자식부터 보내라"는 국민의 서슬 퍼런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을 사지로 내몰면서 입으로만 ‘자주국방’과 ‘국익’을 떠드는 행태는 전형적인 ‘치킨호크(Cicken-hawk)’의 표본일 뿐이다.
명분 없는 전쟁과 파병 압박의 실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을 지목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을 사실상 명령했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피해를 보는 국가들이 스스로 항로를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시발점을 되짚어보면 미국의 요구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도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주권 침해 행위다.
자이쥔 중국 정부 중동문제특사가 지적했듯, 무고한 민간인과 비군사 목표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의 규탄을 피할 수 없다. 국제사회와 유엔이 불법으로 규정한 전쟁에 한국 군대를 보낸다는 것은 우리가 쌓아온 외교적 도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더욱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면 호르무즈 봉쇄도 금방 풀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이란의 호전성이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인 체제 전복 시도에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청년들을 파병하는 것은 국익을 위한 결단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소모품으로 우리 국민을 내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기뢰와 드론, 단거리 미사일이 난무하는 위험 지대다. 단 한 명의 희생이라도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0%대 성장률 위기,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재앙과 같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고 원유 위기경보가 '주의' 단계로 격상된 현실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원유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조선, 자동차, 플라스틱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미국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이는 서민 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비축유 방출과 차량 5부제 검토 등 임시방편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동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안정적인 대체 공급원 확보이며, 그 해답은 바로 러시아에 있다.
한-러 관계 개선과 러시아산 원유 도입의 당위성
러시아산 원유 도입은 단순히 부족한 물량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이다. 다행히 최근 미국 재무부는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오는 4월 11일까지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의 판매를 한시적으로 승인했다. 이는 한국 정부에 주어진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2022년 4월 이후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 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동 항로가 막힌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유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안전한 대안이다. 러시아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파이프라인이나 극동 항구를 통해 직접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이미 실리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 또한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검토 소식에 "똑똑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는 한-러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신호다. 러시아와 이란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러시아는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전쟁 중단 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중동 문제의 핵심 중재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한다면 에너지 수급 안정은 물론, 중동 위기 해결 과정에서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의 빠른 대책과 외교적 결단을 촉구한다
정부는 더 이상 미국의 파병 압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혈맹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 청년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는 요구에는 당당히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신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되, 실질적인 군사적 기여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정부의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러시아산 원유 도입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담팀을 구성하고, 빠르게 최대한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결제 시스템 정비와 물류 경로 확보 등 실무적 장애물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둘째, 한-러 관계를 전략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냉각된 관계를 정상화하고, 에너지와 경제 협력을 매개로 러시아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는 중동 위기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선택이다.
셋째, 파병 대신 인도적 지원과 외교적 중재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추진하는 전쟁 중단 및 대화 협상 기조에 동참함으로써 국제법을 준수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파병은 죽음의 길이지만, 실리 외교는 살길이다. 국민은 전쟁터로 나가는 군함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싣고 오는 유조선을 원한다. 정부는 무엇이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직시하고, 러시아산 원유 도입과 한-러 관계 개선이라는 대담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제성장률 0%대의 공포를 이겨낼 유일한 해법은 칼날 위를 걷는 파병이 아니라, 실리에 기반한 에너지 주권 확보에 있다.
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HBM 기술 혁신과 같은 산업적 성과가 에너지 위기로 인해 물거품이 되지 않아야 한다. 첨단 기술도 결국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정부의 현명하고 빠른 대처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미지 = AI(제미나이)
u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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