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카르텔에 갇혀 '국민주거 정책, 기본주택 퇴색하나?

장기영 기자

등록 2026-09-16 20:19

AI생성이미지=제미나이


2026년 8월 3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두고 여론은 둘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세금폭탄"이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핀셋 규제일 뿐 본질은 그대로"라고 비판한다. 흥미로운 것은 정작 서민과 무주택 청년의 목소리는 이 요란한 공방 어디에도 뚜렷이 자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주거권 관련 시민사회는 이미 이번 개편안이 시가 20억 원, 심지어 30억 원 상당의 고가 1주택자에게조차 사실상 세 부담을 낮춰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 원룸 평균 월세가 60만 원대인데, 30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의 보유세가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면, 이것을 과연 '세금폭탄'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필자가 이 글의 제목을 "대통령 부동산 카르텔에 갇혀 국민 기본주택 망각하나?"로 정한 이유는 단순한 자극이 아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결정 구조를 들여다보면, 실제로 다층적인 이해관계의 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려가 든다. 


우선 국내 언론 지형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소유한 다수 언론사들은 부동산 관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다양한 이유와 논리와 교묘한 프레임을 만들어 정부 정책을 교란하거나 공격한다. 그리고 이 흐름에 학문적 권위를 얹어주는 이들이 있다. 부동산 관련 연구자와 평론가 중 상당수가 방송과 유튜브, 칼럼을 통해 반복적으로 "공급이 답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파하며 교란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들의 논의가 대체로 '어떻게 하면 부동산 자산가들의 자산 가치를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무주택 서민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겉으로 포장된 쇼잉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이들과 함께 찰떡궁합으로 보조를 맞추는 자들은 투기자본과 투기꾼들이다. 이들은 정책의 미세한 구간 설정, 공제 기준, 유예 조항 하나하나를 파고들어 차익을 노린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도 과세표준을 몇 억 단위로 구간화하는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특정 금액 바로 아래로 가격이 수렴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고위 관료들 상당수가 스스로 다주택자이거나 고가 부동산 보유자란 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매년 공개하는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강남·서초·송파 등 핵심지에 수십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만드는 정책은 아무리 선의로 출발해도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시작한다.


이러한 세력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구조 속에서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그 정책이 애초에 지향했던 서민과 청년 중심의 철학이 온전히 관철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의 정책 행보를 지켜보면 몇 달 간격으로 기준과 방향이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2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장관 역시 부동산 카르텔 장막에 갇혀 잦은 수정과 땜질식 보완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이번 정부도 결국 집값을 못 잡을 것"이라는 냉소가 굳어졌다. 지금 다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정책을 둘러싼 힘의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따로 있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오랫동안 기본소득과 함께 쌍두마차로 내세워 온 철학이 바로 '기본주택'이었다. 집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적정한 비용으로 오래 거주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 보자는 이 철학은, 집권 초기만 해도 국정 담론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논의의 무게중심은 '세율을 몇 퍼센트 올릴 것인가', '공제 기준을 몇 억으로 할 것인가'라는 지엽적 숫자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닥치고 공급'이라는 방향에도 기본주택이라는 이름 자체가 정책 문서와 발표문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국민주거안정 정책'이어야 하는 이유


이름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름은 그 정책이 누구의 눈높이에서 설계되는지를 규정하는 틀이다. '부동산정책'이라는 명칭은 태생적으로 '자산으로서의 집'을 중심에 놓는다. 정책의 성패가 집값 등락, 거래량, 청약 경쟁률 같은 시장 지표로 평가되는 순간, 논의의 주체는 자연히 자산을 이미 보유한 사람들, 혹은 자산을 굴리려는 투자자들이 된다. 무주택 세입자, 이제 막 독립하려는 청년, 반지하와 고시원을 전전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통계의 각주로만 취급되기 쉽다.


반면 '국민주거안정 정책'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가"가 아니라 "국민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적은 부담으로 거주하고 있는가"를 성과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우선순위 자체를 바꾸는 문제다. 세제를 짤 때도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세수를 늘리는 법'을 고민하는 대신,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법'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 공급 정책을 짤 때도 '몇 채를 지을 것인가'라는 물량 중심 사고에서 '누가,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라는 질에 대한 문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실제로 이번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논쟁 자체가 '부동산정책'이라는 프레임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보유기간'에서 '거주기간' 기준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향성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 세부 수치를 뜯어보면, 시가 20억 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는 사실상 종부세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30억 원대 고가 1주택자조차 최대 80%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받아 보유세 부담이 서울 원룸 월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똘똘한 한 채'를 향한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고가 1주택으로의 자산 집중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정책 설계자들이 여전히 '시장 안정'을 '집값 방어'와 동일시하는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근본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주거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다시 세운다면, 평가 기준은 강남 아파트값의 등락이 아니라 전월세 상승률, 무주택 가구의 주거비 부담률, 청년 1인 가구의 월세 대비 소득 비율 같은 지표가 되어야 한다.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상징적 조치가 아니라, 정책의 나침반 자체를 재조정하는 실질적 작업이다.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의 제언 — 집 개수가 아니라 총자산, 아파트가 아니라 중층중밀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 최근 공개적으로 제시된 바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애 위원장은 9일 민주당TV(민티07) 대담에서, 지금의 세제 설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며 두 가지 뼈대 있는 대안을 내놓았다.


첫째는 과세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니라 '총주택자산가액'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에 50억짜리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울에 20억짜리 하나, 지방에 5~6억짜리 하나를 갖는 방식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이어지고, 맞벌이 부부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지금,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할 것이 아니라 총자산 가액을 기준으로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논리다. 이렇게 하면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방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둘째는 과세 구간을 금액 단위로 뚝뚝 자르는 현행 방식 대신, 순수하게 누진적인 구조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지금처럼 특정 금액을 기준선으로 삼으면, 그 기준선 바로 아래로 가격이 수렴하는 풍선효과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수능 등급제처럼 상위 몇 퍼센트인지를 기준으로 세율을 매기는 방식을 예로 들며, 소수의 특정 계층만 부담을 지는 구조가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 따라 조금씩 나누어 부담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렇게 걷은 세수를 어디에 쓸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예컨대 상위 구간에서 걷은 세금을 하위 구간, 즉 무주택 서민과 청년 주거 지원에 쓰겠다는 목적세적 설계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공급의 방법론에 대한 문제의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닥치고 공급' 기조 자체는 이해하지만, 아파트 단지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은 아무리 빨라도 5년에서 8년 이상 걸린다는 물리적 한계를 지적했다. 지금 당장 절박한 것은 향후 2~3년의 단기 수급 문제인데, 아파트만으로는 이 시차를 메울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그가 제시한 것이 '중층중밀도 주택'이다. 기존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개별 건축주의 소규모 사업이 아니라 좀 더 규모 있는 기업형 개발로 전환하고, 이를 정부가 민간매입임대 방식으로 사들여 공공임대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고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이 방식이 활성화되면, 특히 청년과 1~2인 가구에게 단기간에 실질적인 주거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연간 공급량이 과거 7만 호 수준에서 최근 3~5천 호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그의 지적은, 이 영역이 정책적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제언들이 갖는 공통된 함의는 명확하다. 지금의 세제개편이 여전히 '주택 수'라는 낡은 틀,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급 방식에 갇혀 있는 사이, 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들이 정책 결정 과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3,500여 개 주민센터, 잠들어 있는 국유·공유 자산을 깨워야 한다


공급 확대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김진애 위원장뿐만이 아니다. 서초구 서리풀지구 사례에서 보듯, 신규 택지를 확보해 아파트를 새로 짓는 방식은 주민 반발, 소송, 문화유산 및 환경 이슈와 부딪히며 장기간 표류하기 십상이다. 토지 보상과 인프라 구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나대지를 찾아 새 건물을 올리는 방식만으로는 지금 당장 주거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층의 시간표를 맞출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안 중 하나가 전국에 이미 존재하는 공공 인프라, 특히 전국 3,500여 개에 달하는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대부분의 주민센터는 1~2층 규모의 낮은 건물로, 부지 자체는 이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이며 별도의 토지 매입이나 주민 동의 절차 없이도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결정적 장점을 지닌다. 신규 택지 확보에 따르는 갈등 비용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AI생성이미지=제미나이


구체적인 모델을 그려보면 이렇다. 


기존의 저층 주민센터를 10층 안팎의 복합 건물로 재건축하여, 지하 1~2층은 주차장과 설비, 지상 1층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개방형 행정 및 커뮤니티 로비로 구성한다. 2~3층은 기존 주민센터의 기능, 즉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 다목적 강당, 요가·체력단련·요리교실 등 주민 강좌실과 쉼터 공간으로 채운다. 4층은 청년 창업과 공유오피스, 코워킹·코리빙 공간으로 활용하고, 5층부터 9층까지는 청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즉 행복주택이나 청년안심주택 형태로 조성한다. 옥상은 정원이나 스마트팜으로 활용해 입주 청년들의 야외 커뮤니티 공간이자 도시농업의 실험장으로 삼을 수 있다.


이 모델이 갖는 강점은 여러 층위에서 확인된다.


첫째, 부지 확보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소된다. 전국 읍면동 단위로 고르게 분포된 주민센터는 이미 교통, 상하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곳에 위치해 있다. 신규 택지처럼 외곽에 조성되어 교통 인프라를 새로 깔아야 하는 부담이 없다.


둘째, 김진애 위원장이 강조한 '중층중밀도' 개발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개별 건물 단위로 접근하기 때문에, 지역별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규모를 조절할 수 있고, 인허가 절차도 단지형 개발보다 단순화할 수 있다.


셋째, 행정 서비스와 주거 기능이 결합되면서 지역 공동체 회복이라는 부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청년들이 주민센터라는 지역 생활의 거점에 거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역 행사와 자원봉사,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늘어난다. 고령화되고 있는 원도심과 농촌 지역 주민센터의 경우, 청년 유입 자체가 지역 활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 재원 조달의 현실성이다.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즉 예상을 웃도는 세수 증대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논평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러한 잉여 세수의 일정 비율을 '청년주택매입기금' 같은 형태로 법제화하여 의무 편성한다면, 주민센터 복합개발 사업의 안정적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일회성 소모적 지출이 아니라, 국가가 실물 자산을 취득하고 임대료 수입으로 유지·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자산 형성형 투자라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 논란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물론 이 모델에도 현실적 과제는 존재한다. 주민센터 재건축 기간 동안 행정 서비스의 임시 이전 문제, 지역 주민들의 고층화에 대한 우려, 기존 저층 주거지와의 경관 조화 문제 등은 세심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이는 신규 택지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송과 갈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국가가 소유한 자산을 활용하는 이 방식이 국토부가 선호하는 '아파트 단지형' 개발 관성에서 벗어나, 실제로 실행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 검토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국가가 사들이고, 국가가 지켜야 할 것


전국 주민센터 모델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또 하나의 축은 '국가매입 청년장기임대주택'이라는 접근이다. 오스트리아 빈은 시민의 약 60%가 시정부 소유 또는 지원 사회주택에 거주하며, 시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사실상 평생에 가까운 장기 거주를 보장받는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80% 이상이 국가가 직접 공급한 주택에 거주하고, 네덜란드는 전체 주택의 30% 이상이 공공임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주택 공급을 민간 건설사의 이윤 논리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관리하는 주거 안전망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아파트나 도심 내 주택을 국가가 직접 매입해 청년층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장기 임대하는 방식은, 신규 택지 개발에 따르는 주민 갈등과 용지 확보 문제를 원천적으로 우회하면서도 시장에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주민센터 복합개발 모델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도심 내 기존 주택 매입은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주민센터 복합개발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공급 기반을 각각 담당하는 이원적 전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름을 바꾸고, 기준을 바꾸고, 자산을 깨워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의식을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의 부동산 세제개편은 방향성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다주택 관료와 건설자본에 우호적인 언론, 이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학계와 평론가, 그리고 정책의 빈틈을 파고드는 투기자본이라는 구조적 힘 속에서 설계되었다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 결과 고가 1주택자에게는 의외로 관대하고, 전월세 시장 전반에는 새로운 불안 요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정책의 이름부터 바꾸어야 한다. '부동산정책'에서 '국민주거안정 정책'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책 평가의 기준을 집값에서 주거비 부담과 거주 안정성으로 옮기는 실질적 전환이다.


둘째, 과세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집을 몇 채 가졌는지가 아니라 총자산 가액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그리고 구간을 뚝뚝 자르는 방식이 아니라 누진적인 방식으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김진애 위원장의 제언은 지금의 땜질식 개편이 놓치고 있는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다.


셋째, 아파트 단지 중심의 공급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층중밀도 개발, 민간매입임대, 그리고 전국 3,500여 개 주민센터를 활용한 청년 임대주택 복합개발처럼, 이미 존재하는 국가 자산과 신속하게 실행 가능한 건축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과 함께 내세워 온 기본주택의 철학을 다시 정책의 중심에 세우는 일이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기 전에, 모든 국민이, 특히 청년들이 적정한 비용으로 안심하고 오래 거주할 수 있는 기본권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몇 억 원의 공제 기준과 몇 퍼센트의 세율을 둘러싼 숫자 싸움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억강부약 대동세상, 기본소득, 기본주택이라는  대통령의 근본 철학이 조용히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장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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