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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닥치고 공급’으로 요약되는 속도전에 돌입했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관훈토론회에서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발언할 만큼 수년간 누적된 주택 공급 절벽을 타개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필사적이다. 고금리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여파로 급감한 착공 물량을 메우기 위해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비아파트 부문 총동원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강남권의 핵심 공급지로 꼽히는 서초구 서리풀지구에서는 마을 존치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행정소송, 종교·문화유산 및 환경 보호 이슈가 겹치며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토지 보상과 주민 협의, 인프라 구축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나대지를 찾아 건물을 새로 짓는 방식의 공급 정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집을 지을 땅도 부족하거니 청년들이 당장 겪고 있는 주거 고통을 적기에 해결하기에는 시차가 너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 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대안이 부상하고 있다. 국가가 기존의 아파트나 도심 내 주택을 직접 매입하여 청년층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장기 임대해 주는 ‘국가 매입 청년 장기임대주택’ 정책이다. 이는 신규 택지 개발에 따른 주민 갈등과 용지 확보 문제를 원천적으로 우회하면서도, 시장에 즉각적인 주거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돌파구다.
해외 성공 사례에서 찾는 주거 국가책임제
국가가 주택 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대규모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방식은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 검증된 성공 방정식이다. 주거를 단순한 투기 재화가 아닌 ‘시민의 기본권’으로 접근한 국가들은 예외 없이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다. 비엔나 시 인구의 약 60%는 시정부가 소유하거나 지원하는 사회주택(Social Housing)에 거주한다. 비엔나 시는 시내 중심가의 요지마다 고품질의 아파트를 직접 건설하거나 매입하여 시민들에게 시중 시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평생에 가깝게 장기 임대한다. 소득 기준을 넉넉하게 설정하여 청년과 중산층까지 포섭함으로써 저소득층 수용소라는 낙인 효과를 없앴다. 결과적으로 비엔나는 전 세계에서 주거비 부담이 가장 낮으면서도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꼽히는 도시가 되었다.
싱가포르의 HDB(주택개발청) 모델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 국민의 80% 이상은 국가가 지어 공급한 HDB 아파트에 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강력한 토지수용권과 공공 재원을 바탕으로 주택을 직접 통제하며,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파격적인 보조금과 장기 임대 및 분양 혜택을 제공한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때 주거비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가가 완벽하게 배후를 지원하는 구조다.
프랑스의 실업자 및 청년 주거 정책인 ‘HLM(저공해 주택)’제도와 네덜란드의 사회적 주택조합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는 전체 주택의 30% 이상이 공공 임대주택으로 구성되어 있어,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거대한 자산 격차의 벽에 절망하지 않도록 돕는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토지 확보의 한계와 민간 건설사의 이윤 추구 행위에 주택 공급을 완전히 맡겨두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인 매입과 관리를 통해 주거 안정망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파격적 장기 임대가 가져올 사회 경제적 나비효과
국가 매입 청년 장기임대 정책이 본격화되면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는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실질적 안정화 : 민간 분양 시장에만 의존하는 공급은 필연적으로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가격 거품을 형성한다. 반면 국가가 기존 주택을 매입하여 영구적이거나 장기적인 임대 물량으로 묶어버리면, 시장에서 투기 대상이 되는 매물 자체가 줄어든다. 특히 청년층이 굳이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기 대열에 합류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주택 매매 시장의 과열을 근본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 안정적인 장기 임대 물량의 존재는 전·월세 시장의 가격 상한선 역할을 감당하여 전체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출산율 하락의 고리 끊기 :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주거 불안정이 지목된다. 미친 듯이 치솟는 집값과 전세 사기 위험 속에서 청년들은 가정을 꾸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국가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최소 20년 이상 거주가 보장되는 파격적 가격의 임대주택을 제공한다면, 주거 비용으로 들어갈 가계 소득이 양육과 소비로 전환될 수 있다. 주거 안정은 출산율 반등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유인책이다.
잉여 세수를 통한 대규모 재원 마련 방안
이 같은 대규모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반론은 역시 재원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주택 매입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해답은 역대급 세수 증대에 따른 잉여 세수의 체계적 활용에 있다.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원 관리가 투명해지면서 발생하는 초과 세수와 잉여 세수의 일정 비율을 법적으로 주택매입기금(가칭)에 의무 편성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매년 정부 예산 편성 후 남는 세계잉여금이나 세수 추계 오차 등으로 발생하는 여유 재원을 일반 회계로 전용해 일회성 사업에 소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가름할 청년 주거 자산 형성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국가가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소모성 비용 지출이 아니다. 국가의 자산을 늘리는 안전자산 투자 행위다. 매입된 주택은 국가의 소유로 남으며, 임대료 수입을 통해 지속적인 유지보수와 추가 매입 재원을 선순환 구조로 축적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빌딩과 아파트라는 실물 자산을 확보하여 청년들에게 서비스하는 형태이므로,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국부를 축적하고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재정 운용 기법이다.
왜 지금까지 법안조차 없었는가: 기득권 카르텔의 본질
저출산과 인구소멸이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비상사태라고 매일같이 경고음이 울리고, 주택 공급 부족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이러한 파격적인 ‘국가 매입 청년 장기 임대 정책’은 제대로 된 법안 발의조차 되지 않았을까.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며, 동시에 대단히 부끄러운 현실에 기인한다. 대한민국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상당수의 고위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이 본인 스스로 다주택자이자 부동산 자산 계급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매년 공개하는 재산 공개 자료를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과 행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똘똘한 한 채를 넘어 서초, 강남, 송파 등 핵심지에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거나 상가 건물을 소유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의 개인적 자산 가치는 부동산 가격이 우상향하고 주택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과열될 때 극대화된다.
국가가 시장의 핵심 주택들을 대거 매입하여 청년들에게 헐값에 장기 임대를 주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민간 전·월세 수요가 급감하고 매매 가격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즉, 주택 가격의 하방 안정이 이루어진다. 이는 서민과 청년들에게는 구원의 조치이지만, 다주택자인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유 재산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결국 정책 입안자들과 입법권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행관계와 상충되는 법안을 스스로 만들 리 만무하다는 것이 이 지독한 침묵의 본질이다. “청년이 미래”라며 저출산을 극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청년들의 주거 고통을 해결할 근본적인 시장 개혁 법안에는 눈을 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공이 시장을 통제하는 정책에 ‘사회주의’라거나 ‘재정 파탄’이라는 이념적 프레임을 씌워 조직적으로 방해해 온 배후에는 기득권 카르텔의 자산 지키기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기본적인 삶을 공급하라
정부의 ‘닥치고 공급’은 서리풀지구의 사례처럼 주민들의 반대와 용지 확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간 건설사와 조합의 이익을 맞춰주며 서울 요지에 아파트를 새로 지어 올리는 방식은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릴뿐더러 그 가격조차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책정되기 십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멘트 건물의 공급이 아니라 청년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삶의 공간과 시간’의 공급이다. 역대급 잉여 세수를 과감하게 투입해 도심 내 기존 주택을 국가가 사들이고, 이를 청년들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장기 임대하는 정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다주택 기득권을 내려놓고 결단해야 한다. 국가 매입 청년 장기임대주택 제도의 도입 여부는 정부가 진정으로 국가의 소멸을 막고 청년 세대를 살릴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부동산 카르텔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를 가르는 준엄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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