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와 사다리 복원"이 핵심 화두…이재명 대통령, 佛 뤼미에르 서밋서 K콘텐츠 미래 논의

아모스 기자

등록 2026-09-08 16:17

이날 간담회에는 이창동·정주리 감독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 김도연, 그리고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이 참석했다. 방송인 안현모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KTV이매진 캡처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매그 재단에서 열린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 직후, 한국 영화인들과 '넥스트 씬, K콘텐츠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창동·정주리 감독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 김도연, 그리고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이 참석했다. 방송인 안현모가 사회를 맡았다.


마크롱 대통령 제안으로 성사된 첫 공동 행사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이번 서밋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문화 전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흐름 속에서, 프랑스 국빈 방문 당시 마크롱 대통령이 영화·영상 정상회의를 한국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공동의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이 1초도 망설임 없이 즉석에서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문화가 국가 이미지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문화 협력이 갖는 실질적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과 프랑스가 각각 5억 유로씩을 출연해 공동 투자 재원을 조성하고, 양국 영화·영상 산업에 투자하는 협력 방안도 함께 발표됐다.


베니스 영화제 열기 전한 이창동 감독팀


간담회에 앞서 화제가 된 것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이창동 감독의 신작 '어둠 속의 하루'(가제, 원제: 가능한 사랑)였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공개 당일 뜨거운 현지 반응이 인상 깊었다며, 특히 해외 팬들이 한국 배우들을 한국 못지않게, 어쩌면 더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전도연 배우는 이번 영화제에서 특히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가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었다며 감독의 저력을 다시금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설경구 배우는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기자 100여 명이 단상으로 몰려와 사인을 요청한 이례적인 장면을 전하며 놀라움을 표했다.


정주리 감독의 한불 공동제작 경험담


정주리 감독은 신작 '도라'가 한국과 프랑스의 전면적 공동제작으로 완성된 과정을 소개했다. 전작들이 프랑스에서 호평을 받으며 현지 제작자들의 먼저 연락이 왔고, 프랑스 아르테 프랑스와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함께 받아 촬영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스태프가 한국 촬영 현장에 합류하고 후반 작업 상당 부분이 프랑스·룩셈부르크에서 진행되는 등 언어와 기후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의 팀으로 완성해간 경험을 전했다.


케이팝에서 영화까지, 김도연 배우의 한 해


그룹 아이오아이(IOI) 데뷔 10주년 활동과 영화 '도라' 주연을 동시에 소화한 김도연 배우는 팬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앨범 활동을 마쳤고, 이어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작품을 세계 관객과 나눈 경험이 큰 감동으로 남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본 K콘텐츠 경쟁력


김민영 넷플릭스 부사장은 최근 공개된 드라마 '참교육'이 방영 8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역대 최다 시청 상위권에 올랐다고 소개하며,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전 세계에서 가장 폭넓게 통하는 현상을 짚었다. 그는 이러한 경쟁력의 핵심으로 창작자들의 역량과 함께, 창작자·민간기업·정부 세 주체의 균형 잡힌 협업이 만들어낸 생태계를 꼽았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병들고 있다"…구조적 위기 진단


간담회의 무게중심은 후반부 정책 논의로 옮겨갔다. 이 대통령은 한국 영화 산업을 두고 "위쪽 과실은 크게 열렸지만, 밑에서 받쳐줄 작은 나무들은 죽어가고 큰 고목 몇 그루만 남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취지로 우려를 밝히며, 독립·예술영화 등 상업성이 낮은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 대통령의 진단에 공감을 표하며 보다 구체적인 현실을 전했다. 신작 제작 당시 국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넷플릭스 투자로 영화를 완성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는 자신뿐 아니라 영화계 전반에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준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주리 감독의 '도라' 역시 프랑스에서는 호평 속에 공동제작과 개봉이 성사됐지만, 정작 국내 개봉은 아직 잡지 못한 상황을 짚으며 "K콘텐츠가 화려한 성과에 비해 산업의 건강함에서는 프랑스에 못 미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정주리 감독은 제작지원 없이는 작품을 만들기 어려운 현실, 지원을 받은 감독과 받지 못한 감독 사이의 격차, 그리고 독립영화 출신 감독들이 상업영화로 진입하기 어려운 '사다리 단절' 현상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이 대통령 "간극은 정부가 메워야"…내년 예산에 청소년 문화바우처


이 대통령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내년도 예산에 청소년 문화예술 바우처 약 800억 원을 편성했다고 소개했다. 청년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문화 소비가 영화 관람인 만큼 수요 진작 효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장의 구체적 정책 수요를 정부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문화예술계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주리 감독의 정책 제안…프랑스 '소피카(SOFICA)' 벤치마킹


이 자리에서 정주리 감독은 프랑스가 40년간 시행해 온 영화 투자 세제 지원 제도 '소피카(SOFICA)'를 벤치마킹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개인·민간자본이 영화에 투자할 경우 최대 48%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부여해, 대형 상업영화부터 중저예산·독립영화, 신인 감독 데뷔작까지 골고루 투자가 흘러가도록 설계된 제도라는 설명이다. 정 감독은 이 제도가 프랑스 영화 산업이 유럽 내에서도 유독 활력을 유지해온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하며, 한국에도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제안이 세제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문화체육관광부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기획재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하며, 정 감독이 사전에 만난 기업 관계자도 정부 의지만 있다면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고 전하고 귀국 후 직접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예술은 투자 대비 효율이 가장 큰 분야"


이 대통령은 기념촬영에 앞서 추가 발언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문화예술인 대부분은 부를 좇기보다 활동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만큼, 적은 재정 투입으로도 큰 만족과 사회적 효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장 한국적이고 개성 있는 것이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문화예술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인공지능(AI) 시대 창작자들이 느끼는 생존의 위기감을 언급하며 관련 논의를 위한 후속 자리를 요청했고, 정주리 감독은 "할 말이 진짜 많다"며 이런 자리를 한 번 더 마련해 달라고 하자  이 대통령도 화답했다.


화기애애했던 마무리…"NG 낸 대배우" 훈훈한 해프닝


간담회는 참석자 전원이 'K콘텐츠 파이팅'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함께 외치는 순서에서 한 차례 호흡이 어긋나자, 이 대통령이 웃으며 옆에 있던 전도연 배우를 가리켜 장난스럽게 지목했고, 전도연 배우는 멋쩍은 웃음으로 화답하며 현장에 웃음이 번졌다. 이후 다시 한번 구호를 외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일정이 마무리됐다.



'K콘텐츠의 내일을 말하다' 간담회(KTV 이매진) 전체보기

https://youtu.be/Q6EUbGf1XS8?si=8CUmVUlnB25ej4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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