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지음, 좋은땅출판사, 368쪽, 1만9000원
좋은땅출판사가 ‘가계부’를 펴냈다.
매달 일정한 소득을 얻고 생활비를 아끼며 살아가더라도 노후에 대한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은퇴는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원이 줄어드는 현실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4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이어 온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자신의 삶에서 발견했다. 오랫동안 돈을 멀리하고 청빈한 생활을 미덕으로 여겼지만, 가족의 미래와 노후를 생각하면서 경제적 현실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가계부’는 이처럼 평범한 노동자의 고민에서 출발해 돈을 벌고 쓰는 방식을 넘어 자산을 형성하고 경제적 선택권을 넓히는 방법을 탐색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은 개인의 성실함만으로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동 소득에는 시간과 체력이라는 한계가 있고 물가에 영향을 받는 위험이 있는 반면, 자본소득은 복리의 성격을 가지며 한계가 없다. 책은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금리와 은행, 신용팽창, 인플레이션, 국가부채, 자본의 공식 등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여러 요소를 살펴본다. 여기에 소비자의 심리와 습관, 기업의 마케팅 전략까지 연결해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경제적 판단을 내리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가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설명하는 능력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구조와 개인의 선택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계부’는 가난의 원인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자산관리 방법도 제시한다. 저자는 노동소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적인 주식 투자와 배당을 통한 현금흐름 확보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재무제표, 내재가치와 안전마진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손쉬운 배당성장주 찾는 방법과 지수 추종 ETF나 펀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비상금과 준비금 마련, 분산투자, 연금제도 활용 등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도 함께 다룬다. 특히 전체 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자본가 지수’를 제안해 독자가 노동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점검하도록 한다. 다만 저자는 특정 투자 방식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은 아니며, 각자의 형편에 맞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인 ‘가계부’에는 단순히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일을 넘어 자신의 경제적 삶을 주체적으로 관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 역시 보유한 재산의 크기에만 있지 않다. 생계를 위해 반드시 노동을 해야 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간을 선택하고,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가족과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삶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나아가 개인이 노동자이자 소비자, 주권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담았다. ‘가계부’는 자본주의 원리와 인간의 특성을 생각해 봄으로써 우리가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 전환시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가계부’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