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재자는 역사책 속에만 있는가.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도 산다.
역사 강사 황현필이 책값을 내렸다. 그것도 크게. 신간 『독재자(들) - 당신 마음속의』 정가를 1만9800원에서 7300원으로 낮췄다. 10% 할인을 받으면 6500원 남짓이다. 커피 한 잔 값이다.
가격 인하는 저자와 출판사가 함께 손해를 감수한 결과다. 황현필은 자신의 인세를 포기했다. 출판사 역바연은 출판 수익 전액을 내려놓았다. 인쇄소도 사정을 봐주기로 했다. 그래도 적자가 나면 어떻게 하나. 저자가 개인 돈으로 메우겠다고 했다.
황현필은 유튜브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권 사실 분들 두세 권 사서 자식들에게 나눠 주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시라." 책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계산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읽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배송은 조금 늦어진다. 가격이 바뀌면서 표지를 새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약 구매자들의 출고는 다음 주 화요일까지 미뤄진다. 저자는 영상에서 양해를 구했다.
책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세 전직 대통령을 다룬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다. 이들은 건국과 경제 성장, 국가 발전이라는 성과로 평가받아 왔다. 동시에 권력 집중과 민주주의 훼손, 국가폭력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따라다닌다. 저자는 이 그림자 쪽에 조명을 비춘다.
이승만 편은 '독립운동가(?)'라는 물음표 달린 장으로 시작한다. 분단 문제, 제1공화국, 6·25 전쟁 당시의 대응을 거쳐 독재의 종말까지 이른다. 박정희 편은 5·16 군사쿠데타와 군정에서 출발해 제3공화국과 유신, 그리고 몰락을 따라간다. 전두환 편은 12·12 군사쿠데타와 광주를 지나 제5공화국의 붕괴로 닫힌다.
권력을 어떻게 잡았는가. 어떻게 유지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무너졌는가. 책은 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출간 시점도 눈길을 끈다. 황현필은 최근 일부에서 '역사 왜곡 강사'라는 공격을 받아 왔다. 그는 경기도교육청 강연에서 이에 정면으로 답했다. 7년간 강의하면서 역사학계로부터 오류를 지적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강연을 마친 뒤 그는 영상에서 "이제 저도 반격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 반격의 첫 수가 이 책이다. 칼 대신 책을, 고성 대신 가격표를 내밀었다.
황현필은 전남대 사범대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공부했다. 인문계 고교 교사로 7년을 일했다. 이후 EBS와 수능, 공무원 인강에서 한국사를 가르쳤다. 유튜브 '황현필 한국사' 채널 구독자는 113만 명이다.
역사바로잡기연구소를 세워 소장을 맡고 있다. 2023년에는 남해를 '이순신해'로 함께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76명이 뜻을 모아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지은 책으로 『이순신의 바다』, 『황현필의 한국사 평생 일력』, 『요즘 역사』 등이 있다.
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갈린다. 누군가에게는 나라를 세우고 키운 지도자다. 누군가에게는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다. 책은 분명히 한쪽에 선다. 동의하든 반박하든, 7300원이면 직접 읽고 판단해 볼 만하다. 제목은 묻는다. 당신 마음속의 독재자는 누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