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주문했던 홍게가 토요일 오전 집으로 배송됐습니다.
값싼 것과 어머니와 먹으려 조금 비싼 걸 섞어 시켰습니다. 비싼 홍게를 꺼내 어머니 집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어머니는 찜통을 꺼내 능숙한 솜씨로 게를 찌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저는 게 살 발라내는 솜씨가 신기에 가깝습니다. 아무런 도구 없이 게 다리 하나를 정확히 3등분 해 살만 꺼내 어머니 접시에 올려드립니다.
어머니 - 식당에서 일하나?
나 - 나도 미리 노후 준비 좀 해두려고~
어머니가 웃습니다. 꽤 많은 양인데 "너도 먹어라" 몇 마디 하신 후 어머니는 발라 드린 게살을 모두 드셨습니다.
일요일 아침입니다. 식탁을 치우고 게를 쪘습니다. 에일리에게 게 먹으러 나오라고 하니 잽싸게 식탁에 앉아 대기를 합니다. 게를 먹을 때 우리집 식구들은 절대 게를 만지는 일이 없습니다. 탁월한 솜씨로 정확히 3등분 해 게 살을 꺼내 접시에 올려줍니다. 어제 어머니 때와 달리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칩니다. 역시 어린 입이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에일리가 둘째를 부릅니다. 좀 더 자겠다는 둘째에게 에일리가 "지금 먹으면 아빠가 살 발라 줄 거고, 있다가 먹으면 직접 발라 먹어야 됨" 이라고 얘기하니, 언제 나왔는지 제 옆에서 입을 벌리고 앉아 있습니다. 살을 꺼내는 족족 둘째는 낼름 받아 먹습니다. 곧 남 먹여할 인생이 될 수도 있으니 실컷 먹으라고 생각하며 잰 손놀림으로 게 살을 발라줬습니다.
에일리가 설거지 하겠다는 걸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설거지를 마친 후 소파에 누워 잠깐 잠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12시입니다.
홍게라면을 끓여 에일리를 불렀습니다. 홍게와 라면이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골라듄다큐 극학직업에서 배운 멘트를 날렸습니다.
나 - 이렇게 홍게를 듬뿍 넣은 라면을 먹는 건 뱃사람 만의 특권이지!
에일리 - (반응 없이 한참 라면을 보다) 난 푹 삶긴 라면이 좋은데~
나 - 기집애!
에일리가 웃고 저는 1분 더 라면을 끓여 식탁에 올렸습니다. 홍게 라면 맛은 훌륭했습니다. 에일리는 라면을 먹고 한마디 남깁니다.
"홍게 한 번 더 시켜"
비싼 홍게와 싼 홍게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비싼 놈이 헐한 건지, 싼 놈이 실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싼 홍게를 더 주문했습니다.
이상 홍게 살 기가막히게 바르는 남자의 주말 일상이었습니다. 식탁을 치우는데 먹다 남은 '마늘 바게뜨' 빵이 보입니다. 한입 베어 물려다 큰 소리로 묻습니다.
나 - 빵 남은 거 먹어도 되나?
아... 남자의 삶이란 ㅠㅠ 얼른 언니 귀화 시험에 합격해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키워 봅니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