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원 지음, 좋은땅출판사, 132쪽, 1만4000원
좋은땅출판사가 ‘혼자, 그리고 그 후’를 펴냈다.
오랜 세월 직장과 가족, 사회에서 맡은 역할에 맞춰 살아온 사람이 그 역할에서 한 걸음 물러났을 때 하루는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까. 저자는 여든에 이른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데 익숙했던 삶에서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삶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 책에서 ‘혼자’는 사람들과 단절된 상태라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다시 알아가는 출발점에 가깝다.
그 변화는 특별한 사건보다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드러난다. 아무 일정도 없는 오후를 보내고, 마음이 움직일 때 산책에 나서며, 읽고 싶은 책을 펼치고 글을 쓰는 일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젊은 시절에는 해야 할 일을 얼마나 많이 해냈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이 듦으로 줄어드는 것만큼 새롭게 확보되는 시간과 선택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여든 이후에도 저자의 관심사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을 접한 뒤 영어와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은 노년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책은 AI 자체를 삶의 해답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기술은 생각을 넓히고 배움을 도울 수 있지만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도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삶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는 태도가 저자의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혼자, 그리고 그 후’는 노년을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는 마지막 단계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역할과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진 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다시 물을 수 있는 시기로 바라본다.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일에서 시작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모습까지 이 책은 나이에 따라 삶의 가능성까지 닫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을 세는 대신 오늘을 자신의 방식으로 채워 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삶의 후반부에도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혼자, 그리고 그 후’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