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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유튜브 라이브가 켜진다. 동시접속자 수가 빠르게 오른다. 5만, 8만, 10만. 오른쪽 채팅창이 쉴 새 없이 올라간다. 진행자가 한마디를 던지면 그 말은 몇 시간 안에 기사가 된다. 저녁이면 국회의원의 입에서 다시 나온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런 루틴은 지난 2011부터 시작된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부터 TBS '뉴스공장'거쳐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 방송을 단순한 시사 유튜브로 보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여기서 정국의 의제가 정해진다. 누가 장관감이고 누가 물러나야 하는지도 여기서 먼저 판정된다. 김어준은 선거에 나간 적이 없다. 임명장을 받은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의 말 한마디에 대통령실이 해명을 내고, 여당 의원들이 줄지어 출연을 원한다. 우리는 이런 존재를 그림자 권력이라고 부른다.
김어준의 힘은 방송 하나에서 나오지 않는다. 방송, 여론조사, 언론사가 하나로 묶여 있다. 동시접속 10만 명을 넘나드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그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꽃이 있다. 딴지일보라는 인터넷 매체가 있다. 그리고 그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 퍼뜨리는 무비판적인 열성 지지층이 있다.
이 구조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하다. 의제를 던지는 사람, 그 의제에 대한 민심을 재는 사람, 결과를 해석하는 사람이 모두 같다. 12일 방송에서 김어준은 자신의 여론조사꽃 결과를 들며 "서울 여론이 안 좋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보궐이 있어도 어렵다는 진단까지 덧붙였다. 조사를 의뢰한 사람과 해설하는 사람이 같다. 선수가 심판석에 앉은 셈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이해충돌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의 무대에서는 이 말이 들리지 않는다.
그의 말이 실제로 무엇을 움직이는지 보자. 최근 한 달만 봐도 충분하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이 그랬다. 김어준은 연일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가 "친윤 검사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해명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반윤이라 하더라도 국정 동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사퇴하는 것이 맞다." 그 사이 청문 절차는 3주를 끌었다. 민주당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라면 바로 청문 보고서를 보냈을 텐데,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이다.
사법부를 향한 압박도 있다. 12일 방송에서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두고 "당에서 액션을 취해야 되지 않나"라고 했다. 근거는 "제가 들은 말이 있다"였다.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겠다는 판사들이 있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출처는 없다. 확인도 없다. 그래도 출연한 여당 의원은 곧바로 "탄핵을 실제로 진행해야 된다"고 화답했다. 출처 없는 소문이 대법원장 탄핵론의 불쏘시개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그럴 것이다'라고 심증이나 우려를 가지고 있기에 그의 말은 힘을 얻는다. 이것이 그림자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그는 12일 BBS 라디오에서 유튜브 권력이 선거와 공천에까지 개입해 왔다고 주장했다. "매체를 통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후보자 공천 과정에 개입한다든지."
불법적인 권력 행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후보자의 선거 홍보를 해주고 후원금을 모집하는 등의 도움을 주면서 정치 세력을 형성하는 문제도 짚었다. 현역 여당 의원이 실명으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겁다.
정치인에게 공천은 생명줄이다. 수십만 명이 보는 방송에서 누군가를 '우리 편'으로, 누군가를 '배신자'로 낙인찍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에서 그 낙인은 그대로 표가 된다. 공천권을 쥔 지도부도 그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법에 쓰인 공천권은 당에 있다. 그러나 실제 칼자루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지난달 28일, 김어준은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돌보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어요. 이제, 사랑의 시기는 끝났습니다."
정치 평론가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 말의 문법이다. 사랑은 주는 쪽이 있고 받는 쪽이 있다. 그는 자신을 주는 쪽에 세웠다. 곽상언 의원은 이 대목을 정확히 짚었다. 현실 정치권력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말로 보여준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있다. 그 대통령에게 사랑을 주거나 거둘 수 있다고 말하는 방송인이 있다. 어느 쪽이 더 큰 권력처럼 보이는가.
그 뒤 행보도 같은 흐름이다. 대통령의 SNS 활동을 두고 '알고리즘 감옥'에 갇혔다며 계정을 전수조사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쓴 '좌아하게'라는 표현은 일베 용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직접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개혁 진영에서 쓰던 말장난이라는 설명이었다. 방송인의 주장에 현직 대통령이 해명 글을 올린다. 이 장면 자체가 권력의 지형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책임과 짝을 이룬다. 대통령은 선거로 심판받는다. 국회의원도 4년마다 평가받는다. 관료는 국회의 감사를 받는다. 언론은 정정보도와 언론중재 제도를 따른다.
김어준은 어떤가. 그는 이 중 어디에도 묶여 있지 않다. 틀린 전망을 해도 다음 날 방송은 다시 켜진다. 출처 없는 소문을 전해도 "들은 말"이라는 한마디면 끝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음모론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 대가를 치렀다는 소식은 듣기 어렵다.
대중의 시선은 이미 차갑다. 미디어토마토의 이달 초 조사에서 김어준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1.8%에 그쳤다. '불신한다'는 64.1%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신뢰 응답은 26.0%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그의 영향력은 줄지 않는다. 다수의 신뢰가 아니라 소수의 결집이 그의 힘이기 때문이다.
슈퍼챗과 후원금, 조회수와 광고. 그의 무대는 분노와 결집이 클수록 돈이 되는 구조다. 갈등을 키울 동기는 있고, 갈등을 줄일 동기는 없다. 한국일보가 분석한 정치 유튜브 채팅 데이터도 같은 그림을 보여준다. 소수의 열성 참여자가 채팅의 대부분을 쏟아낸다. 그 소리가 마치 민심처럼 들린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이 특정 보수 유튜브를 즐겨 본다는 말이 정설처럼 돌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 채널에 출연하려 줄을 섰다. 한 보수 유튜버는 12·3 계엄을 두고 "합법적인 통치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 채널들은 지금도 당 지도부와 '느슨한 연대'를 이어간다.
좌든 우든 구조는 같다. 표를 받지 않은 사람이 표를 받은 사람을 길들인다. 정당은 강성 지지층을 잃을까 두려워 스피커의 눈치를 본다. 공론장은 무너지고 진영의 함성만 남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표현의 자유를 막자는 말이 아니다. 그는 말할 자유가 있다. 다만 권력처럼 행동한다면 권력처럼 감시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끊어내야 한다. 유튜브 출연이 공천의 통행증이 되는 구조를 깨야 한다. 공천 과정에 외부 스피커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당 차원에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해충돌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여론조사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그 결과로 정치 해설을 하는 구조는 규율 밖에 있다. 정보 공개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감시가 필요하다. 출처 없는 "들은 말"에 박수 치지 않는 것. 오늘의 단정이 내일 틀렸을 때 그것을 기억하는 것. 그림자 권력의 가장 큰 적은 기억하는 시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