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집결 세계청년대회(WYD)가 '모두의 축제'가 되려면

아모스 기자

등록 2026-10-03 22:20

cpbcTV 캡처


내년 8월 3일, 서울에 세계 곳곳의 청년들이 모여든다. 아시아에서는 1995년 마닐라 대회 이후 두 번째, 그리스도교가 다수 종교가 아닌 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이하 WYD)다. 개막까지는 열 달이 남았다. 지난달 제2차 국제준비회의가 마무리됐고, 이달에는 순례자 등록시스템이 문을 연다. 준비가 선언에서 실행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그러나 행사가 커질수록 질문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이 축제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한여름의 열기를 무사히 건널 수 있는가. 


신자들의 잔치를 넘어서 모두의 축제로


출발점은 숫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통계에서 교적상 신자는 600만 6,832명으로 총인구의 11.4%다. 적지 않은 규모지만, 뒤집어 말하면 국민 열 명 중 아홉은 신자가 아니다. 한국리서치의 2025년 조사에서는 국민의 절반 남짓(51%)이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신자 안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주일미사에 나오는 사람은 전체 신자의 15.5%이고, 20세 미만 신자는 6.2%에 그친다. 청년층이 얇은 교회가 수십만, 많게는 백만 명을 말하는 대회를 교회의 힘만으로 치르기는 어렵다. 그래서 '모두의 축제'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라 이 대회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에 가깝다. 


정순택 대주교는 국제준비회의 미사에서 이미 WYD를 아는 청년에 머무르지 말고 초대의 범위를 넓히라고 대표단에게 당부했다. 이 당부는 해외 교구뿐 아니라 국내를 향해서도 유효하다. 가장 먼저 걸리는 문제는 공공성이다. 3월 국회를 통과한 국제문화행사 지원법과 6월 서울시·서울시교육청의 지원 조례 가결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올해 3월 가톨릭신문 사설은 정부 지원을 뒷받침할 특별법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종교 행사에 공적 자원을 쓰느냐는 물음에 답하려면 대회가 시민에게 돌려줄 몫을 프로그램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공연과 전시를 비신자 시민에게도 열고, 대회가 끝난 뒤 남을 자원봉사 경험과 시설의 쓰임새까지 설명하는 일이 거기에 포함된다.


공공성의 문제는 곧 이웃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수십만 명이 움직이는 며칠 동안 교통 통제와 소음을 견딜 주민, 홈스테이에 문을 열 가정, 길을 알려 줄 상인이 '손님 맞는 쪽'에 설 때 대회는 비로소 도시의 것이 된다. 조직위는 홈스테이 가정을 받되, 모든 참가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수도원 피정의 집과 수련원, 체육관 같은 시설을 숙소로 섭외할 계획이다. 중랑구가 지난 9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7지구와 협약을 맺은 것처럼 구청과 본당, 주민이 만나는 접점이 더 늘어야 한다. 


이런 접점이 쌓이려면 마지막으로 안전에 대한 믿음이 받쳐 주어야 한다.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는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층이었고 외국인도 27명이었다. 밀집 상황에서 도시가 방문객을 지킬 수 있다는 신뢰는 어떤 홍보보다 먼저 확보해야 할 사회적 자산이다. 이웃이 문을 열어 주는 것도, 시민이 대회를 자기 일로 여기는 것도 이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청년의 교류, 각 도시의 얼굴


WYD의 본질은 신앙이지만, 참가자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대개 사람과의 만남이다. 지난 9월 영종도 국제준비회의에는 K-컬처 나이트와 교구대회 소개 박람회 같은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문화 교류가 처음부터 설계에 들어 있었다는 신호다. 


본대회에 앞서 7월 29일부터 열리는 교구대회는 서울을 뺀 15개 교구가 순례자를 맞이하는 구조여서, 외국 청년들은 지방 도시와 본당, 가정의 식탁까지 경험하게 된다. 한국 관광이 서울·부산·제주라는 익숙한 동선에서 벗어날 드문 기회다. 한국 전통 선율을 얹은 공식 주제가를 두고 가톨릭계 외신이 그 가사와 음악적 요소에 주목했다는 소식도 한국 문화가 보편의 언어와 만나는 장면이다. 


이런 만남의 총합이 곧 국제적 위상이 된다. 교황이 참석하고 100여 개국 대표단이 오가는 행사는 그 자체로 도시의 브랜드다. 미국에서는 교구마다 서울 순례단을 조직하고 있고, 한국 문화의 인기와 첫 미국인 교황을 볼 기회가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류가 바깥으로 퍼져 나가던 흐름이 이번에는 신앙이라는 공통 언어를 타고 안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그러나 위상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울이 남길 인상은 결국 참가자 한 사람이 고향에 돌아가 전하는 '서울의 기억'에 달려 있고, 그 기억이 쾌적했는가 고달팠는가가 도시의 평판을 가른다.  


경제 효과는 기대와 계산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일부 보도는 최대 100만 명 참가와 2조 원대 경제 효과를 거론하지만, 조직위의 D-365 공식 자료는 참가 규모를 '40만 명'으로 표현한다. 선례를 보면 이유가 보인다. 리스본 대회에서 등록한 순례자는 약 35만 4천 명이었지만, 폐막미사에는 약 15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숙박과 식사, 교통 소비를 일으키는 쪽은 주로 등록 순례자이고, 미사 인파에는 당일 방문객이 많다. 따라서 기대의 근거는 '100만'이라는 헤드라인이 아니라 등록 인원과 체류 일수다. 패키지에 숙박·식사·교통이 이미 포함되는 구조라면 순례자가 패키지 바깥으로 걸어 나와 소비하게 만드는 장치가 지역 상권에는 더 중요하다.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을 잇는 자유시간 코스, 야간 개방 같은 설계가 그런 예다.


순교의 땅이 건네는 새로운 가치


그런데 이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사실에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무게가 있다. 한국 천주교의 출발은 독특하다. 선교사가 들어와 세운 교회가 아니라, 18세기 후반 조선의 지식인들이 서학 서적을 읽고 스스로 신앙 공동체를 꾸렸다. 이어진 박해로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고,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중 103위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시복했다. 서울은 새남터, 서소문 밖, 절두산처럼 이 역사가 가장 깊이 새겨진 도시다. 지금은 지하철과 한강변 공원, 도심 광장이 지나는 자리들이다.


다만 이 역사를 '지난 고난'으로만 소개하면 외국 순례자에게도, 비신자 시민에게도 닿기 어렵다. 순교사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가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은 오히려 평등의 기억이다. 박해받은 이들 가운데에는 양반과 중인, 평민, 여성이 함께 있었다. 


신분제 사회에서 하나의 신앙 아래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려 한 시도는 한국 사회가 평등이라는 가치에 다가간 오래된 뿌리로 읽을 수 있다. 사제 없이 시작된 공동체, 젊은 지식인이 먼저 길을 낸 역사는 평신도와 청년이 이끄는 교회의 원형이기도 하다. 고령화가 뚜렷한 지금의 한국 교회에 이 기억은 대회가 던지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청년을 초대하는 교회가 되려면 청년이 주인으로 서 본 역사를 다시 꺼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평화라는 대회의 가치와도 이어진다. 조직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제시한 대회의 가치는 진리, 사랑, 평화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라는 단어는 특별한 무게를 지니며, 교황의 방한이 북한 방문에 대한 기대를 다시 불러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대회가 용기와 종교 간 대화를 주요 초점으로 삼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때 특정 신앙을 이유로 사람을 처형했던 땅이 이제는 낯선 신앙을 지닌 수십만 명을 환대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 변화야말로 서울이 세계에 건넬 수 있는 가장 강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이를 성지 홍보로 끝내지 않으려면 순교 성지를 외국 청년과 비신자 시민에게도 열린 역사·문화 공간으로 소개하는 이야기 설계가 필요하다. 순교의 역사는 '그들의 신앙'이 아니라 '양심과 자유의 역사'로 읽힐 때 모두의 것이 된다. 


잼버리의 그림자, 8월의 폭염은 괜찮은가


그러나 이 모든 구상은 한여름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공식 FAQ는 순례자에게 최고 38도의 기온과 높은 습도, 갑작스러운 소나기, 태풍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안내한다. 과장이 아니다. 서울은 2018년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올랐고, 2024년에는 열대야가 26일 연속 이어져 관측 이래 최장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8월 3일 서울·경기에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표됐는데, 내년 개막일과 같은 날짜다. 게다가 대회의 마지막 이틀, 곧 밤샘기도와 폐막미사는 수십만 명이 야외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정이다. 


한국 사회가 이 장면에서 2023년 새만금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158개국에서 4만 3천여 명이 모인 잼버리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고, 800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한 끝에 가장 많은 대원을 보낸 영국이 철수했다. 이어 미국도 날씨를 이유로 캠프를 떠났고,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조기 폐회를 공식 요청했다. 


정부는 결국 대회 운영을 직접 맡아 냉방과 편의시설을 늘리고 야영지 밖 활동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에서는 필리핀과 사우디, 아르헨티나 등 아시아태평양 대표단이 한국의 운영 능력을 믿는다며 잔류 의사를 밝혔다. 그 장면이 보여준 것은 날씨 자체보다 신뢰였다. 한국을 믿고 남은 나라와 떠난 나라 사이의 간극은 결국 준비의 간극이었다. 


물론 WYD와 잼버리는 같지 않다. 참가자 연령대가 더 높고, 숙소도 도시의 학교나 홈스테이 같은 기존 시설을 쓴다. 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야외 철야가 있다는 점에서 위험의 총량은 오히려 클 수 있다. 서울시는 올여름 4천여 곳의 무더위쉼터와 폭염구급대 280개, 물청소차 199대 등을 가동했다. 다만 이는 시민 대상 정책이고, WYD 전용 폭염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폐막미사 장소도 '최종 확정 단계'라고만 안내돼 있다. 그늘과 급수, 대피와 의료 접근성이 모두 이 장소에 달려 있으니, 장소 확정이 늦어질수록 폭염 대책도 구체화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회를 10월로 옮길 수는 없을까. 선례는 있다. 2019년 파나마 대회는 무더운 우기를 피하고 자국 학교의 방학과 맞추기 위해 1월에 열렸다. 2011년 마드리드 대회에 다녀온 한 필자는 그 8월이 대단히 더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서울에 같은 해법을 적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날짜는 레오 14세 교황이 2025년 8월 3일 직접 공식 발표했고, 지금은 개막까지 열 달밖에 남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8월 일정에 맞춘 순례단 모집이 진행됐다. 보스턴의 한 한인 성당은 7월 29일부터 8월 10일까지의 순례 신청 마감일을 올해 6월 30일로 공지했다. 교구대회 일정과 10월 등록 개통까지 맞물려 있으니 하나를 움직이면 전체가 흔들린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WYD가 본래 학생과 청년의 방학·휴가철에 맞춘 행사라는 점이다. 10월은 북반구 대부분의 학기 중이라 참가자와 봉사자 모집이 크게 줄 수 있다. 가톨릭 신자가 75%를 넘는 파나마와 달리 11.4%인 한국에서는 현지 청년 동원의 여건도 다르기 때문에 일정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고난의 서사가 아니라, 너른 품을 가진 땅으로 기억되길


그렇다고 질문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날짜를 옮길 수 없다면 8월을 견디는 방법은 조건을 설계하는 일이고, 그 출발은 기준을 미리 공개하는 것이다. 폭염주의보와 경보, 중대경보 단계마다 어떤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실내로 옮기는지 밝혀야 한다. 


서울시는 폭염경보 때 14~17시 옥외작업을 원칙적으로 중지하는 기준을 이미 갖고 있으니 좋은 참고가 된다. 기준이 있으면 일정도 그에 맞춰 짤 수 있다. 낮의 야외 프로그램을 이른 아침과 저녁으로 옮기고 한낮에는 실내 교리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식이다. 


밤샘기도 장소에 대해서는 급수 거점 간격, 그늘 면적, 의료소 수, 대피 쉼터 수용 인원을 숫자로 약속해야 한다. 순례자에게는 등록 시점부터 복장과 수분 섭취, 응급 증상 안내를 제공하고 의료 인력 규모도 밝히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폭염이나 태풍이 닥칠 때 폐막미사를 단축하거나 분산하거나 장소를 옮기는 시나리오까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는 준비돼 있다'는 말을 믿을 만한 말로 바꿔 주는 장치다. 


잼버리가 한국에 남긴 가장 쓰라린 교훈은 더위가 아니라, 대비하겠다는 말과 현장 사이의 거리였다. WYD는 그 반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폭염이 오든 오지 않든 미리 숫자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뜨거운 8월은 한국의 위상을 깎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땅의 순교자들이 남긴 것이 고난의 서사가 아니라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낯선 이들과 함께 하고 세심하게 돌보는 너른 품을 가진 땅으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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