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왔습니다. 새벽같이 나갔다가 녹초가 되서 집에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는 기간이었죠.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마주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죠.
그렇다고 가훈에 위배되게 '하기 싫은 일' 열심히 한 건 아닙니다. 하다 보니 재미없고 하기 싫은 일이 됐는데, 시작했으니 멈출 수가 없었던 것 뿐입니다~^^
소파에 누워 잠시 평화를 즐기는데 퇴근 길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봤다던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얘기를 조금 하다가, 일상의 평화와 어른들 건강 얘기를 잠시 하고 전화를 마쳤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뭘할까 하다 곧 퇴근할 둘째와 에일리를 위해 오랜만에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봐야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거나, 밀키트를 꺼내 조리할 뿐입니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부대찌개 밀키트가 보입니다.
밀키트를 꺼내 냄비에 담고 함께 넣을 게 뭐가 있나 냉장고를 다시 뒤집니다. 두부가 보입니다. 그것도 두 개나요.
요즘 어머니는 두부와 다시 멸치를 샀다는 걸 잊고 아침,저녁 두부와 멸치를 사십니다. 그러다 보니 명절에 두부를 엄청 먹었는데도 저희 집엔 늘 두부가 풍년입니다. 어제, 오늘 어머니 집에서 가져 온 두부를 꺼내 찌개 냄비에 썰어 넣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보다 갑자기 옛 생각이 떠올라 피식 웃었습니다. 그때가 20대 초반이었으니 거의 40년 가까이 지난 일입니다. 조금 전 전화했던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왔을 때였죠.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이제 부대찌개 끓일 줄 알아!'
이렇게 얘기를 하며 같이 있던 친구들에게 부대찌개를 끊여줬습니다. 친구가 요리를 할 줄 안다는 말에 깜짝 놀라 친구의 요리 장면을 유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동영상 화면을 스캔한 것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납니다.
먼저 김치를 볶아야 한다던가, 김치 위에 햄을 올려야 하고, 그리고도 부대찌개를 끓이기 위한 규칙은 엄청 많았습니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규칙과 순서도 없이 밀키트 봉투를 뜯어 부대찌개를 끓이다 젊은 날 어느 하루를 소환해 피식 웃습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멈춰 기억을 만들어 냅니다. 비록 밀키트 부대찌개지만 두부는 다양한 종류로 엄청 들어갔습니다~^^
행복한 저녁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