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피플스토리
세계 언론이 한목소리로 가리킨 곳, 제주
2024년 6월 대만의 자유시보가 "제주도, 중국섬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이를 국내 일각의 과민한 반응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26년 9월, 독일의 대표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지가 "한 섬이 질식할 위기에 처했다"는 제목으로 같은 문제를 다시 짚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만에 이어 유럽 주요 언론까지, 그것도 2년의 시차를 두고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특정 국가의 시각차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지속되는 문제임을 방증한다.
두 외신이 공통으로 짚은 사실관계는 명확하다. 2010년 제주에 전국 최초로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일정 금액 이상을 관광·휴양시설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자격(F-2)을, 5년간 투자를 유지하면 영주권(F-5)을 부여하는 제도였다.
이 제도가 시행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제주에 유입된 투자금 1조2600억 원 가운데 98%가 중국 자본이었고, 이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한 683명 가운데 약 90%가 중국인으로 추산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 토지는 약 981만㎡, 서울 중구 전체 면적과 맞먹는 규모이며 제주 내 전체 외국인 소유 토지의 43.5%에 달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지가 새롭게 부각시킨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 유출' 문제, 즉 중국계 기업들이 리조트·면세점·카지노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지역 경제로 충분히 재투자되지 않고 본국으로 흘러나간다는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안보 문제로, 중국 자본이 투자된 일부 부동산이 군사 통제구역과 인접해 있으며 제주 해역이 한국·중국·러시아·일본을 잇는 전략적 해상 항로라는 점에서 이 사안을 단순한 부동산 이슈가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만 언론이 2024년 지적했던 '투자이민 문턱의 낮음'과 '특정 국적 쏠림'이라는 진단에, 독일 언론은 '경제적 낙수효과의 부재'와 '국가안보'라는 새로운 축을 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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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주의 안보적 좌표가 특별한가
이 지점은 단순히 "군사 통제구역 인근에 외국 자본이 들어왔다"는 사실 하나로 축약해서는 안 된다. 제주가 갖는 안보적 무게는 지리적 위치와 실제 배치된 전력, 그리고 주변국의 해양 전략이 겹치는 지점에서 나온다.
첫째, 대한민국 수출입 물량의 절대다수가 통과하는 해상 관문이다. 제주 남방 해역은 대한민국 수출입 물량의 99.8%가 지나는 항로로 꼽힌다. 원유 도입선, 대중국·동남아 교역로, 주요 에너지 수송로가 모두 이 해역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제주 인근 해상의 안전은 단순한 지역 안보를 넘어 국가 경제의 생명선과 직결된 문제다.
둘째, 서귀포 강정에는 이미 실제 전력이 상시 주둔하는 해군기지가 있다. 2016년 완공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강정 해군기지)에는 기동함대 전력과 잠수함사령부 예하 잠수함전대가 교대로 상시 주둔하며, 전투함 20여 척과 대형 선박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제주가 단순한 관광섬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군 전력 거점이라는 사실 자체가, 그 주변 토지·부동산의 소유 구조를 예사롭지 않게 보게 만드는 배경이다.
셋째, 이어도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관할권 긴장이 상존한다. 제주 남단의 이어도 해역은 한중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곳으로, 중국 측이 자국 관할 해역이라는 주장을 반복해온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제주 해역은 단순한 관광 항로가 아니라 동북아 해양 세력균형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완충지대로 기능한다.
넷째, 이 모든 조건이 결합하면서 제주는 '제1도련선'상의 전략적 요충지로 거론된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 해군 전력이 오가는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특정 국가의 자본이 군사 통제구역과 인접한 부지를 매입하는 사안은 순수한 부동산 거래로만 다룰 수 없다는 것이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쥐트도이체차이퉁지가 이 문제를 부동산 기사가 아니라 안보 이슈로 다룬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네 가지 조건(국가 수출입로의 핵심 관문, 실제 주둔 전력의 존재, 주변국과의 관할권 긴장, 해양 세력균형의 완충지대라는 위상)이 겹치기 때문에, 제주의 토지 소유 구조는 단순히 "외국인이 땅을 얼마나 가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디를, 어떤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가"를 따져야 하는 문제로 격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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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대체 불가능한 자연자산 위에 서 있다
투자이민제의 부작용을 논할 때 흔히 '난개발' 정도로 뭉뚱그려지지만, 제주가 잃을 수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다.
제주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한라산 천연보호구역·성산일출봉·거문오름 용암동굴계),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모두 획득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지역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한 지역이 이 세 가지 인증을 동시에 보유한 사례는 제주가 유일하다.
이는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한라산의 화산 지형, 만장굴을 비롯한 세계적 규모의 용암동굴계, 곶자왈의 희귀 생태계 등이 학술적으로도 지구의 화산 생성 과정과 생태계 연구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다는 국제적 인정이다.
이 자산은 두 가지 의미에서 되돌리기 어렵다. 하나는 생태적 의미로, 곶자왈처럼 수십만 년에 걸쳐 형성된 지형과 그 위에 깃든 고유종 생태계는 한 번 훼손되면 인위적으로 복원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의미로, 제주 관광산업의 브랜드 가치 자체가 '청정 자연'이라는 이미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비자 제도로 유입된 외국인 관광객이 2019년 기준 172만 명을 넘고 그중 6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는 사실도, 결국 이 섬이 가진 자연자산의 희소성이 관광 수요를 견인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바로 이 자산을 지렛대 삼아 유치된 자본이, 정작 그 자산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쓰였다는 역설에 있다.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숙박시설 난개발이 곶자왈 생태계를 훼손했다는 지적은, 제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로 그 지질·생태 자산의 기반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제주도의 상징자본은 한 번 쌓으면 영구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매 4년마다 유네스코의 재점검을 받아야 하는 조건부 지위이기도 하다. 난개발이 누적되면 이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관광과 환경은 제주에서 분리된 두 개의 과제가 아니라 하나의 자산을 이루는 두 축이다. 환경이 훼손되면 관광 경쟁력도 함께 무너진다는 점에서, 제주의 개발 정책은 "얼마나 많은 자본을 유치하느냐"가 아니라 "그 자본이 이 유일무이한 자산을 지키는 방향으로 쓰이는가"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왜 하필 제주였나
제주도에 대한 중국 자본의 난개발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은 원인을 들여다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당시 제주도의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너무 조급하게, 제주도를 싸게 팔아넘기려는 '투기 작전세력'의 작품 같아 보였다.
첫째는 무비자 제도다. 2008년부터 중국인은 비자 없이 제주에 30일간 체류할 수 있게 되면서 제주는 단숨에 중국인들의 인기 해외 여행지로 부상했다. 2019년 기준 전체 외국인 관광객 172만 6000명 가운데 중국인이 108만 명으로 60%를 넘었다. 이 방문객 규모 자체가 이후 투자 수요로 전환될 잠재적 기반이 됐다.
둘째는 낮은 투자 문턱이다. 제도 초기 F-2 비자는 5억 원, F-5 영주권은 15억 원 수준의 투자로 취득이 가능했다. 이는 호주나 뉴질랜드가 요구하는 40억 원대 투자 기준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영주권을 취득하면 내국인과 동일한 교육·의료보험 혜택은 물론, 2026년부터는 지방선거 투표권까지 보장된다. 투자 대비 획득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가 이례적으로 넓었던 셈이다.
셋째는 지리적·문화적 근접성과 개발 유인이다. 중국 개발업자들은 테마파크, 카지노, 고층 호텔·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제주 토지를 대거 매입했고, 이는 초기 침체됐던 제주 건설·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낳기도 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지역경제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통제되지 못한 채 특정 국적 자본에 지나치게 쏠렸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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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부실투성이 제도가 낳은 부작용
투자이민제의 부작용은 크게 세 갈래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주거비 부담. 대규모 외부 자본의 유입은 필연적으로 토지·주택 가격 상승을 동반했다. 관광지·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땅값이 뛰면서 정작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도민들이 내 집 마련은 물론 임대료 부담에서도 밀려나는 역설이 벌어졌다.
난개발과 환경 훼손.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숙박시설 개발이 난립하면서 곶자왈 등 제주 고유의 청정 생태계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짚었듯 이 생태계는 유네스코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트리플 크라운을 부여할 만큼 학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자산이라는 점에서, 관광 인프라 확충이라는 성과의 이면에 자연자산의 소모라는 비용이 뒤따른 것이다.
'먹튀' 논란과 사회적 갈등. 5년의 투자 유지 요건만 채우면 영주권을 취득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제도가 실질적인 정주(定住)보다는 '영주권 자판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무비자 관광객의 노상방뇨 등 기초 질서 위반 행위가 반복되면서 문화적 마찰까지 누적됐다. 대만 자유시보가 별도 기사에서 이를 짚었을 정도로, 자본 문제와 생활 문화 갈등이 뒤섞이며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여기에 쥐트도이체차이퉁지가 새롭게 조명한 역외 자본 유출 문제까지 더해지면, 제주는 '투자는 유치했지만 정작 그 과실은 누리지 못하는' 구조에 갇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와 제주도의 대응, 방향은 옳았으나 속도는 더뎠다
문제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2023년 5월 투자이민제의 최소 투자 기준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두 배 상향하고, 제도 명칭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에서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도'로 바꿨다. 부동산이라는 표현이 주는 투기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투자 대상도 관광진흥법상 관광단지·관광지 내 시설로 제한했다.
효과는 통계로 확인된다. 2015년 334건에 달했던 투자이민 건수는 제도 개편 이후 2023년 37건, 2024년 상반기 5건으로 급감했다. 동시에 제주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구도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8~2021년 평균 90.7%에 달했던 중화권 비중이 2022년에는 미국이 41.5%로 급증하며 중화권(5.7%)을 크게 앞질렀고, 2025년에는 유럽 비중이 80.8%까지 올라섰다. 투자 국적의 다변화라는 관점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는 '신규 유입의 둔화'와 '기존 축적분의 관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9년까지 누적된 981만㎡의 중국인 소유 토지, 제주 전체 면적의 약 0.5%에 해당하는 이 자산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제주도가 "중국섬이라는 표현은 과장"이라며 0.5%라는 수치를 근거로 해명한 것도 이 지점에서다. 면적 비율로 보면 크지 않다는 주장은 틀리지 않지만, 문제의 본질은 면적의 절대량이 아니라 그 자본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에 있다. SZ가 "수치보다 질적 변화를 문제 삼았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주도의 해명과 외신의 문제의식이 서로 다른 층위를 말하고 있는 셈이며,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제 제주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규제 강화냐 투자 유치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체질을 바꾸는 구체적 전략이다. 이미 진행 중인 정책들을 포함해 여섯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다변화 — 이미 시작된 변화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2022년 이후 미국·유럽 자본의 비중이 급증한 흐름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라,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바이오·디지털 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에 힘을 쏟은 결과이기도 하다. 제주도 경제활력국은 "투자 다각화를 통해 균형 잡힌 지역경제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흐름을 우연한 성과로 남길 것이 아니라, 국가별 투자 상한이나 업종별 쿼터제 같은 제도적 장치로 뒷받침해 특정 국적 자본으로의 재쏠림을 구조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둘째,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전환
제주도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와 청정수소를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재생에너지·수소 결합형 RE100 수소시범단지를 2026년까지 완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제주연구원은 이 에너지 대전환이 2035년까지 31조9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4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추진하며, 40MW급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산업 투자 유치로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26년 9월 열린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에서는 전력시장 혁신과 건물 부문 제로에너지 전환 등 실행 전략이 논의됐고, 제주도 기후에너지국은 "제주를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대표 성공 모델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신산업 분야는 기존의 부동산·관광 중심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토지 매입형 투자가 아니라 기술·설비·인프라 중심의 투자이기 때문에 투기적 자본 유입의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고, 고용 창출과 기술 이전 효과가 크다. 제주도가 정부에 요청한 대로 신재생에너지·수소경제 분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산업 다각화를 넘어 '중국 자본 쏠림'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소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셋째, 투자이민제의 근본적 재설계 — 거주 요건과 사후 관리 강화
법무부는 투자이민제가 '영주권 자판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따라 실제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자격을 부여해온 방식을 손질하기로 하고, 향후 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방향은 옳다. 다만 다음과 같은 구체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 - 영주권 환수 요건의 명문화: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하면 영주권을 자동으로 환수하는 조항을 법제화해 '먹튀' 유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 - 실거주 심사 강화: 단순히 5년간 소유권을 유지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국내 체류 일수와 생활 기반을 함께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 - 투자 방식의 혼합화: 제주도가 검토 중인 '부동산 5억 원 + 지역개발채권 5억 원' 방식처럼, 부동산 일변도의 투자를 채권·인프라 펀드 등으로 분산시켜 투기적 토지 매입 유인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자본 유출 방지와 지역 재투자 의무화
쥐트도이체차이퉁지가 지적한 자본 유출 문제는 세제와 인허가 제도로 상당 부분 대응할 수 있다. 대형 리조트·면세점·카지노 등 외국 자본이 대주주인 시설에 대해 일정 비율의 수익을 지역 인프라 기금이나 고용 창출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지역 재투자 의무 비율' 제도를 도입하고, 법인세·지방세 감면 혜택을 재투자 실적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는 투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유치한 투자가 실제로 도민의 삶에 환류되도록 만드는 장치다.
다섯째, 안보 민감 구역에 대한 별도의 관리 체계
강정 해군기지가 실제 전력을 상시 주둔시키고 있고, 제주 남방 해역이 국가 수출입 물량의 절대다수가 통과하는 항로이며, 이어도를 둘러싼 관할권 긴장까지 겹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사 통제구역과 인접한 부동산에 대한 관리는 일반적인 부동산 정책과는 다른 층위에서 다뤄져야 한다. 국방부·법무부·제주도가 함께 참여하는 '외국인 토지거래 안보영향 심사 협의체'를 상설화해, 접경·통제구역 인근 토지에 대해서는 국적과 무관하게 사전 신고 및 승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강정 인근을 포함한 군사시설 반경 내 토지에 대해서는 소유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소유권 변동 시 안보 영향 재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사후관리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 이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차별적 조치가 아니라, 국가 안보라는 보편적 기준에 따라 모든 외국인 투자를 동일하게 심사하는 원칙의 문제로 접근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여섯째,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 자산의 총량 관리
제주가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자연과학 3관왕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은, 이 섬의 개발 정책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건축 허가를 내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자산을 어떻게 지키며 성장할 것인가'의 문제임을 뜻한다.
곶자왈을 비롯한 중산간 생태 민감지역에 대해서는 개발 총량제와 환경영향평가 강화를 결합하고, 유네스코 인증 지역 인근에서의 개발 행위에 대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더 엄격한 사전 심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유네스코 재점검을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제주의 개발 정책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이 자산이 흔들리면 제주 관광산업이 딛고 선 브랜드 가치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에서, 환경 보전은 규제가 아니라 장기적 경제 전략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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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논쟁을 넘어서
제주도의 해명대로 중국인 소유 토지가 제주 전체 면적의 0.5%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외신들이 던진 질문은 애초에 면적의 크기가 아니었다. 특정 관광지의 거리 풍경이 통째로 다른 언어로 채워지는 데서 오는 도민의 체감, 개발이익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 실제 해군 전력이 주둔하고 국가 수출입로가 지나는 안보적으로 민감한 지역까지 예외 없이 자본이 흘러 들어가는 현실, 그리고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난개발로 깎여나가는 흐름, 이 네 가지가 누적되면서 만들어진 인상이 '질식할 위기의 섬'이라는 표현으로 응축된 것이다.
다행히 2022년 이후 투자 국적의 다변화,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중심의 산업 전환, 투자이민제 기준 상향 등 방향 전환의 단서는 이미 마련돼 있다. 남은 것은 이 흐름을 일시적 통계 변화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제도적 변화로 굳히는 일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배타적 규제가 아니라, 모든 국적의 자본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거주 요건, 재투자 의무, 안보 심사, 환경자산 보호)을 세우는 것. 그것이 대만과 독일 언론이 2년의 시차를 두고 던진 같은 경고에 제주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일 것이다.
'중국섬'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소모적이다. 정작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제주에 들어온 자본이, 국적을 막론하고, 제주와 제주도민을 위해 쓰이고 있는가, 대체 불가능한 자연유산이 훼손되지 않고 제주도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외신의 경고는 비로소 과거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