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간 날, 엄마의 양육 스트레스 낮았다

uapple 기자

등록 2026-09-11 09:20

서울대 박지수 박사, 논문 통해 어머니의 자녀 동반 외출 경험-양육 스트레스 상관성 연구 결과 발표

양육친화적 공간, 아이의 편의 넘어 부모의 회복도 고려해야

자녀와의 외출(AI 생성 이미지)자녀와의 외출(AI 생성 이미지)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박지수 박사가 영유아기 자녀를 둔 어머니의 자녀 동반 외출 경험과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 장소에서의 회복환경 경험이 그날의 양육 스트레스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 중인 ‘왜 어떤 날 육아가 덜 힘들까?: 장소경험 및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일상다이어리 접근’ 프로젝트(연구책임자: 이재림 교수)의 연구성과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수집한 일상다이어리 자료를 활용했다.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카페에 가보면 유아차를 끌거나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양육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양육자들이 집에 있는 편이 더 수월할 수도 있음에도 짐을 한가득 챙겨 아이와 함께 집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유아 자녀와 함께 외출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기저귀와 간식, 여벌 옷 등 챙겨야 할 짐부터 많다. 밖에 나가서도 아이를 계속 살피고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며, 때로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수고로운 자녀 동반 외출은 어머니가 그날 경험하는 양육 스트레스와 관련돼 있다.


연구는 같은 어머니에게도 육아가 유난히 힘든 날과 상대적으로 덜 힘든 날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연구진은 생후 4~36개월의 자녀 한 명을 양육하는 어머니 198명을 대상으로 8일 동안 매일 응답하는 일상다이어리 조사를 실시해 총 1494일의 응답을 수집했다. 박지수 박사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이 가운데 193명으로부터 수집된 평일 1052일의 자료를 활용해 같은 어머니 안에서도 자녀와 함께 외출한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양육 스트레스가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자녀와 함께 외출한 날은 그렇지 않은 날보다 그날의 양육 스트레스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녀와 어떤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는가’에도 주목했다. 같은 자녀 동반 외출이라도 놀이터, 공원, 카페, 음식점, 상업시설 등 방문하는 장소가 다르고, 그곳에서 양육자가 경험하는 환경의 특성 역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는 특히 자녀와 함께 방문한 장소에서 경험하는 ‘회복환경’ 특성에 주목했다. 회복환경이란 일상에서 소모된 주의력과 심리적 자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자녀와 함께 방문한 장소에서의 회복환경 경험은 ‘비양육중심 회복환경 경험’, ‘균형적 회복환경 경험’, ‘양육중심 회복환경 경험’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양육중심 회복환경 경험’은 자녀에게는 흥미롭고 돌봄에 적합하지만, 양육자가 심리적으로 환기되고 회복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의 장소를 경험한 날에는 다른 유형의 회복환경을 경험한 날보다 어머니의 일상 양육 스트레스가 높았다.


이는 아이에게 좋은 장소가 반드시 부모에게도 회복적인 장소인 것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유아 자녀와 함께 이용하는 공간을 계획할 때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지, 수유실이나 기저귀 교환대와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지를 고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돌봄을 수행하는 부모 역시 그 공간에서 잠시 심리적 환기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어머니가 외출과 회복적인 장소 경험의 기회를 동일하게 갖는 것도 아니었다. 자녀 동반 외출 빈도와 각 회복환경 경험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머니의 사회경제적 특성 및 거주지 특성과 관련돼 있었다. 특히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어머니일수록 자녀와 함께 외출하는 빈도가 높았으며,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회복 가능성이 높은 ‘균형적 회복환경 경험’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았다.


이번 연구는 양육 스트레스를 부모 개인의 심리적 적응이나 돌봄 시간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부모가 하루 동안 어디에서 아이를 돌보고 어떤 환경을 경험하는가라는 장소적·환경적 맥락을 함께 살펴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지수 박사는 “한 사람의 일상에서도 어떤 상황과 맥락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양육 스트레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양육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양육 스트레스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일상적 상황과 환경을 함께 이해하고, 이에 맞는 지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양육친화적 공간 정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양육친화적 공간이 주로 ‘아이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부모가 아이를 돌보면서도 심리적 환기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 ‘부모에게도 좋은 공간’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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