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는다…2049: AI가 만드는 25년 후 세상

신정희 기자

등록 2026-09-07 21:44

《2049: AI가 만드는 25년 후 세상》 | 케빈 켈리 지음 · 김도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디지털 시대의 예언자'로 불리는 미래학자 케빈 켈리가 신작 《2049: AI가 만드는 25년 후 세상》을 통해 AI가 만들어갈 25년 후, 즉 1만 일 뒤의 미래를 조망한다. 〈와이어드〉 공동 창간자이자 초대 편집장으로, 30여 년 전 그가 예견했던 인간과 기계의 거대한 연결 네트워크는 영화 〈매트릭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번 신작은 중국의 경제·금융 전문 저널리스트 우천과의 협업으로 완성되어, 미국과 중국 양쪽의 시선을 균형 있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 책에 쏟아진 추천의 목소리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칸 아카데미 설립자 살만 칸은 "대담한 아이디어와 자극적인 통찰을 통해 기술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책이라며,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영감을 주는 걸작이라고 평했다.


국내에서는 LS증권 염승환 이사가 "자녀가 2049년에 서른이 되는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력히 추천했다. 교육, 의료, 직업이 재편되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컴퓨터과학자이자 투자자인 우쥔은 AI의 진화 경로와 미·중 경쟁 구도는 물론 거울 세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같은 최첨단 의제까지 폭넓게 다룬다는 점에서 창업가와 투자자들의 필독서로 꼽았다. 홍이투자 차오융강 대표는 "케빈 켈리의 예측은 늘 5,000일 후 현실이 되곤 했다"며, 이번에는 그 시야가 1만 일 앞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 나갈 나침반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비즈니스 저널리스트 리샹 역시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축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탐색하는 이 책이 미래 기술 지형을 이해하려는 모두에게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책의 곳곳에는 케빈 켈리 특유의 날카로운 문장들이 자리한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왜 25년이라는 시간을 택했는지 밝힌다. 새로운 기술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면서도, 정작 25년 뒤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혁신은 "아직 발명조차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상상하며 미래를 설계할 기회라고 말한다.


AI를 이해하는 그만의 프레임도 흥미롭다. 그는 AI를 '인공의 이질적 존재들'이라 부르며, 인간처럼 사고하는 AI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새의 날갯짓을 관찰하다 결국 전혀 다른 방식인 고정익 비행기를 발명했듯, AI 역시 인간과는 다른 경로로 지능에 도달했다는 비유다.


투명 사회를 다룬 대목에서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누리는 대신 개인 정보가 드러나는 세계와, 사생활은 지켜지지만 맞춤형 서비스는 포기해야 하는 세계 — 그는 "투명성과 프라이버시라는 두 마리 토끼는 결코 동시에 잡을 수 없다"며, 스마트폰 시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많은 이들이 결국 전자를 택할 것이라 내다본다.


기업 조직의 미래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다. CEO나 경영진의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지만, 상부의 의견을 하부에 전달하고 통계를 정리하는 것이 주 업무인 중간 관리층이 AI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육에 대한 통찰도 신선하다. 그는 여름·겨울방학이라는 관행이 사실 농경 시대의 노동 리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짚으며, 학생 개개인이 자기 속도로 학습할 수 있다면 굳이 모두가 같은 시기에 쉴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2049년에는 학생들이 각자의 리듬에 맞춰 학습과 휴식을 설계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신약 하나에 평균 10억 달러가 들지만, 임상 3상에서 탈락한 약물의 데이터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이런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AI가 실패한 약물과 특정 환자를 정밀하게 매칭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미·중 관계를 다룬 장에서는 독특한 은유가 등장한다. 미국은 자유로운 혁신을, 중국은 질서 있는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가 오히려 양국 간 인재 교류를 활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를 "미국과 중국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최선의 해법"이라 표현한다.


책을 마무리하는 대목의 통찰도 인상적이다. 미래에는 역설적으로 어떤 기술 제품도 몸에 지니지 않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을 수행원과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시간과 관심을 계속 확보하는 능력 자체가 진정한 부가 된다는 전망이다.


케빈 켈리는 AI 자체보다 "AI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면서 시작되는 진짜 변화"에 주목한다. 초지능의 위협이나 미·중 패권 경쟁이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산되는 지금, 그는 기술을 인간과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5가지 메가트렌드와 10가지 핵심 산업을 통해 그가 그려낸 2049년의 청사진은, 다가올 변화를 한발 앞서 읽고자 하는 기업가, 투자자,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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