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개척자 팬스타 아크로호, 동북아 물류 지형을 바꾼다

장기영 기자

등록 2026-09-04 22:23

AI이미지=제미나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빙하의 감소가 역설적으로 세계 해운 물류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거리 해상 교통로인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동북아 주도권을 둘러싼 한·일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 와중에 국내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Panstar Acro)’가 북극해 진입을 앞두고 있어 국내외 산업계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다.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남방항로에 비해 항해 거리가 30% 이상 단축된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거리 약 1만3천㎞ 중 절반인 6천400㎞를 북극해로 가로지르며 이동 기간을 열흘가량 줄일 수 있다. 막대한 물류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한반도 남단의 부산항과 동해안 포구들이 북극항로의 기점이이자 진출입 길목으로 부상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분수령이다.


하지만 거대한 경제적 기회 뒤에는 극한의 위험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하절기에도 섭씨 0도 안팎에 불과한 저온과 유빙, 변덕스러운 기상은 선박 장비 고장의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알리안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북극해 사고의 절반이 기계 고장이었다. 사고 발생 시 구인·수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극지 환경에서 사소한 결함도 치명적 차질로 이어지게 만든다.


지정학적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북동항로 통과 시 러시아 선박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하지만,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 등이 서방 제재 대상에 올라 금융·보험상의 불확실성이 크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통해 북극항로 협력을 강화하며 반서방 연대를 구축하는 등 국경을 둘러싼 긴장감도 팽팽하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의 실용노선에 따라 미국이 한국 선박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사실상 제재 유예 조치를 취하면서, 팬스타 아크로호는 예정된 일정대로 항해를 지속할 발판을 얻었다.


팬스타 아크로호의 이번 도전은 철저한 준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내빙 성능을 갖춘 선박에 극지 전문 교육을 마친 운항진이 탑승했으며,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출신의 베테랑 항해사가 1등 항해사로 힘을 보태고 있다. 24시간 저궤도 위성통신 모니터링과 정부·선사의 비상 대응 체계 역시 혹한의 뱃길을 든든히 뒷받침한다.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들이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로 바짝 추격해 오는 지금, 팬스타 아크로호가 싣고 가는 화물과 운항 데이터는 한국 해운업이 북극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험난한 유빙과 혹한을 이겨내고 10월 5일 부산신항으로 무사히 돌아올 팬스타 아크로호의 위대한 항해와 개척 성공을 뜨겁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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