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바쁘지 않으면, 출근 길 어머니 집에 들려 아침 식사를 함께합니다. 아침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머니 - 출근하나?
나 - 네~
어머니 - 니는 옷이 하나밖에 없나? 왜 맨날 같은 옷이나?
제 입성을 보며 꼭 한마디 하십니다. 한여름 옷을 매일 갈아 입지 어찌 한가지 옷만 입고 다니겠나요. 그냥 어머니 기준에 제 출근복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요. 어머니가 제 옷을 살피시니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사전 검열을 하게 됩니다.
나 - 에일리! 엄마가 이옷 괜찮다고 하실까?
에일리 - 누가 어머니 눈높이를 맞춰. 한소리 들을 걸?
이러니 사무실 직원이나 미팅할 사람의 눈보다 어머니께 잘 보이려고 옷을 더 신경쓰게 됩니다.
근데 얼마 전, 정말 오래되고 제가 보기에 너무나도 편한 낡은 옷을 입고 갔는데 어머니가
"오늘은 옷 깔끔하고 좋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저는 뭐지? 왜? 의문을 갖다가 입고 있는 옷이 다른 옷보다 조금 밝은 톤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혹시 밝은 옷?
이날부터 설탕물, 소금물, 맹물 등등을 놓고 초파리는 무얼 좋아하는가? 실험하듯이 어머니가 무슨색을 좋아하시는가 실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어머니는 이제 초파립니다'하면서요~ㅎㅎ
어두운 옷을 입고 가면 여지없이 어머니께 "니는 옷이 하나밖에 없나?" 한소리를 들었고, 밝은 옷을 입고 가면 무탈하거나 '깔끔하네'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밝은 톤을 입고 어머니 댁에 들립니다. 에일리에게도 '나 이제 엄마 다 파악했어!' 자랑도 하면서요~
근데... 그런데 밝은 옷을 3일 연속 입었는데 어머니께 '니는 옷이 그것밖에 없나?'라는 말씀을 3일 연속해서 들었습니다... ㅠㅠ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언제 쯤 어머니 눈높이에 맞춰 옷을 입을 수 있을까요.
제가 누구냐고요? 이름을 밝히라고요?
네... 저는 초파리입니다 ㅠㅠ
어머니가 정장에 넥타이 딱~ 매고 출근하는 걸 보고 싶으신 것 같기도 한데.. 요즘 정장에 네꼬다이 매고 출근하는 건 다단계밖에 없지 않나요~~~ㅎㅎ
※ 이땡땡이 자기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일광 우산 씌우고 한컷씩 찍어주는데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니 꽤 폼나서 폰 바탕화면으로 쓰고 있습니다~~ (물론 어머니는 지브리 스타일 인정 안하십니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