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겁니다

김용석 기자

등록 2026-08-15 14:56


아이들이 왔다가 돌아갈 날이 가까워 어제 사돈댁과 식사를 했습니다. 사돈어른은 여전히 중후한 멋을 풍기셨고, 안사돈께서는 주변을 환하고 밝게 해주셨습니다.
안사돈께서 결혼식 날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해 주셨습니다. 사위의 여동생, 사돈 아가씨 얘기였습니다. 
사돈 아가씨가 참 밝습니다. 그늘이 없다고들 하지요. 저희 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밭에 털퍼덕 주저 앉아 흙을 만지며 놀았던 사돈 아가씨였죠. 그 모습을 보면서 사돈 내외께서 막내딸을 그늘없이 참 잘 키우셨구나 생각했습니다. 
작년 사돈 아가씨 결혼식 때에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국인 하숙집 주인 내외가 결혼식을 축하하러 비행기를 타고 먼 이국 땅까지 오신 걸 보며 '사돈 아가씨도 참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3년 전, 오빠의 결혼식 날 제가 결혼식 덕담을 하는 걸 듣고는 사돈 아가씨가 사돈어른께 얘기했다더군요.
- 엄마, 오빠 장인 어른 너무 멋있어. 감동 받았어... 사돈 어른께 편지 한통 써도 될까?
편지는 받지 못했지만, 기분이 참 좋습니다. 기분만 좋겠습니까? 에고가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문을 열고 나오고 있습니다. 온 동네에 멋있다는 얘기 들은 걸 자랑하려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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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이에게 물었습니다. 
- 아빠 덕담 때 하객분들을 웃겨야 하니? 
그러니 너무 웃기지 말라고 합니다. 
- 그럼 진지해야겠구나 하니?
너무 진지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왜? 웃기지도 진지하지도 않은 재미없는 덕담을 들으셔야 하는지 그 이유를 지금 말씀드렸습니다.
예전부터 사위가 있으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이 맥주도 한잔 하고 운동도 같이 하면 진짜 폼날 것 같았죠. 그런 제게 정말 멋진 사위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습니다. 진짜 맘에 들었습니다.  땡땡이에게 'ㅇㅇ이 진짜 맘에 든다. 착하고 거기다가 아빠처럼 잘 생겨서~'라고 하니 땡땡이가 째려보며 말하더군요. 아빠처럼은 아니지 아빠보다 훨씬 잘 생겼지라고 합니다. 
그때서야 아...사위를 얻은 게 아니라 딸을 뺐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덕담이 곱게 나가리라 기대는 안 할거라 믿습니다.
결혼식에 해줄 덕담을 해달라고 하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며칠 고민했습니다. 
저는 결혼은 두 문화의 충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다르게 살아 온 두 나라가 국경을 맞댄 것처럼,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이 한 지붕아래 살게되는 것이지요. 역사가 증명하듯 국경, 문화접이 지대에는 다툼이 잦았습니다. 결혼생활도 그렇습니다. 다르게 살아 온 둘이 한지붕 아래에 있으니 부딪침이 없을 수 없겠지요.
저는 크고 작은 다툼과 화해 그리고 포용이 결혼생활이란 생각을 합니다.  다툼을 두려워하고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이 다를 때 잠시 자기 주장을 내려두고 상대의 의견을 찬찬히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일 것 같습니다.
다르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겁니다. 다름을 존중하고 다름을 포용할 때 우린 전혀 다른 새로운 창조를 경험합니다. 지구의 문화가 가장 크게 융성하고 꽃을 피운 지역은 언제나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났던 지역이었습니다.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면 이렇게 놀라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저는 인간의 성장, 영혼의 성장은 곧 관계의 성장이라 생각합니다. 관계의 성장은 혼자하는 성장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치겠지요. 하지만 관계의 성장이 가져다주는 성숙한 삶은 두 사람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도 밝게 빛나게 할 것입니다.
두 사람은 오늘 결혼식을 하는 순간 다름을 포용하고 성장하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겁니다. 저를 포함한 여기 계신 모두 분들이 둘의 힘찬 출발을 응원하고 축복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ㅇㅇ이와 땡땡이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러 오신 하객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그리고 부부싸움할 때 꼭 이기려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 앞에 계신 제 선후배들을 제가 잘 아는데 승률 5%로도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김용석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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