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념일 논의는 시기상조

김용석 기자

등록 2026-08-04 08:21


수탉...어디서부터 이 슬픈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ㅠㅠ

뒷마당에 2층 아저씨가 키우는 닭장이 있고 수탉 두 마리에 암탉 6~7마리가 있습니다. 장닭이 얼마나 밝히는지 암탉의 등허리 털이 다 뽑힐 정도로 암탉들을 쫒아 다닙니다. 지나다 장닭을 보며 저러다 암탉 잡지,잡어 하면서도 하늘을 찌르는 수탉의 정력이 왠지 부럽기도 했답니다. 함께 닭장에 있던 작은 수탉 한 마리는 장닭의 기세에 눌려 구석에 콕 쳐박혀 고개도 못 들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세월에 장사없다더니 어리고 젊은 수탉이 반란에 성공해 장닭을 이겨버렸습니다. 어린 수탉이 그랬듯 장닭도 닭장 구석에서 고개를 쳐박고 새로운 권력자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죠. 우린 모두 기뻐했습니다. 1.2.3층이 모두 모여 이 날을 '혁명 기념일로 삼자'라며 달력에 빨간 날 표시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고...역경을 딛고 우뚝 선 수탉을 보며 우리의 삶에도 희망이 들 길조라며 손을 맞잡고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수탉이 너무 기쁨에 겨운 나머지 새벽에만 우는 게 아니라 사흘 밤낮을 꼬꼬댁~~꼬꼬댁~~시도 때도 없이 울어댔습니다. 첨엔 1.2.3층 모두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라며 웃어 넘겼는데...사흘이 지나고 새벽 1시, 2시,3시까지 울어대는 통에 모두 잠까지 설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찌 되었냐고요?

퀭한 눈으로 수탉 관련 긴급 회의를 열었고, 혁명기념일 논의는 시기상조라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저 닭이 보기보다 나이가 좀 들었을 거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갱년기에는 잠을 잘 자야되는데 요즘은 통...이렇게 의견이 모이고 모여 결국엔 어리면서 늙어버린 수탉은 그날 저녁 백숙으로 우리와 마주하게 되었죠...

닭아 미안하다...

장닭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닭장을 어슬렁거리며 암탉을 덮치고 있고 새벽 5시 조금 지나 딱 한번 울어제낍니다.

꼬끼요~~~~~~~.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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