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뷰] 바닥 아래 바닥으로 끝없이 추락할 때가 있었다

김용석 기자

등록 2026-07-15 08:54


요즘 복잡한 일이 많아 머리를 식히려 가끔 폰으로 게임을 합니다. 주로 그림 맞추기 게임이나 테트리스를 합니다. 조금 변형된 테트리스인데 이 게임을 하다가 작은 깨달음이 와서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글을 씁니다.


제가 하는 테트리스는 3개의 테트리스 블럭이 주어지고 그 블럭을 다 맞추면 다시 3개가 주어지는 게임입니다. 3개 중 하나라도 놓을 자리가 없으면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3개를 놓으며 다음 3개가 나올 때를 대비해 포석을 하는 데도 더 이상 놓을 자리가 없어 게임은 맥없이 끝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3개의 블럭이 저를 골탕먹이거나 게임을 빨리 끝내게 하려고 일부러 어려운 블럭을 주는 게 아니라, 되도록 내가 자리에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써서 블럭 3개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생각만 바꿨을 뿐인데 훨씬 여러 판을 깨고 계속 신기록도 세우고 있습니다. 다음 판을 생각하고 고민해서 포석하지도 않고 주어진 3개에만 집중했는 데도 말입니다. 게임의 즐거움과 재미도 커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음이 왔습니다. 

이거구나!

요즘 복잡한 일이 많아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꼬인 일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풀어야 되는지 막막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는 늘 그랬지만 눈앞에 닥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자고 일을 마주했죠. 그래도 스트레스나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테트리스 게임을 통해 작은 깨달음에 닿은 후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제가 마주한 상황이 우주의 질서가 저를 고통 받게 하려고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제가 풀 수 있는,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제 앞에 놓았을 뿐이란 걸요. 그것도 제가 즐겁거나 또는 조금 더 성장하라고 말입니다. 신경은 더 써야겠지만 어렵게 꼬인 문제를 풀면 게임처럼 해결의 성취감도 더 클 것이고요.

문제를 풀지 못하면? 
그럼 눈도 쉴겸 잠시 게임을 접거나,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면 되는 거겠죠. 이제 다른 곳으로 흘러 삶을 마주하고 즐기라는 얘기겠죠. 모든 중요한 건 중요하지만 사실 또 중요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20년 전쯤일까요? 일이 꼬여 바닥 아래 바닥으로 끝없이 추락할 때가 있었습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동네 하천 길 산책을 할 때였죠. 장마 끝에 하천의 갈대가 모두 물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쓰러져 있는 걸 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 갈대 중 하나가 저 홀로 물살을 이기고 똑바로 서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때도 작은 깨달음이 왔었습니다. 


'아 삶이 이런 것이구나? 누구에게나 삶은 버거운 것이고 다들 자신의 무게를 용감하게 지고 있는 것이구나'
테트리스 3개를 잘 맞추면 판이 깨끗하게 클리어 되면서 서너 판이 쉽게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지요. 어려운 판을 만나 어렵게 끼워맞추면 또 몇 판은 외줄 타기처럼 어렵게 이어갑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입니다.

쉽게 깨도 판은 이어지고, 어렵게 깨도 판은 이어집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가장 좋아했다는 법구경 말씀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비난 받는 이도 없고, 언제나 칭찬 받는 이도 없다'

영원히 행복한 것도 없고, 영원히 불행한 것도 없겠지요. 미래를 땡겨와 블럭을 어디 놓을지 걱정하지 말고, 주어진 3개의 블럭으로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것! 이 평범한 진리가 이제서야 제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걸 보게 됩니다. 

기쁜 일입니다. 

깊은 고요를 경험해 보신 어느 선생님이 하셨던 '끌리는 대로 산다'라는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그냥 지금 끌리는 대로, 지금 해야 할(하고 싶은) 일을 순서대로 재밌게 하고 살면 그 뿐이란 것을요.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킹왕짱이란 것을 말입니다^^

생각만 바뀌었는데 산더미처럼 다가오는 일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 눈 뜰 때 기분도 상쾌해지고요. 이제 이 느낌을 잊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막 살아도 이 자리에 머물 수 있는 훈련이 또 중요하겠지요.
다들 행복한 하루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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