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조롱과 '스벅 밈'사태…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정치권의 폭력성과 야만성

아모스 기자

등록 2026-07-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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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마운드에서 발생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를 향한 조롱 구호 사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붕괴와 폭력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배재고 야구부에 내린 청룡기 몰수패 및 6개월 출전 정지 중징계를 두고, 기성 정치권과 극우 세력이 보여주는 반응은 가해자 중심주의적 논리와 사회적 폭력의 재생산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극우 세력들은 가해 학생들을 영웅시하며 축하 화환을 보내고, 한동훈, 이준석, 나경원 등 유력 정치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가해자를 두둔하며 징계 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우리 사회의 혐오와 조롱 문화를 정당화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는 반지성적 폭력이다.


혐오를 유희로 소비한 대가, '과도한 징계'라는 위선


배재고 야구부가 경기장에서 외친 '스타벅스 가야지' 및 '탱크데이' 구호는 단순한 응원이 아니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가 저지른 학살의 무기였던 탱크를 소환하고, 특정 정치적 맥락에서 파생된 온라인 밈을 엮어 광주라는 지역 공동체와 역사적 기억을 정면으로 모독한 계획적인 혐오 표현이다. 피해 측인 광주일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전진도 후진도 못한 채 멍하니 구호를 들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2~3분은 스포츠맨십이 실종된 자리에 잔혹한 언어폭력만이 남았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 사태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논리는 철저하게 가해자의 시선에 고정되어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성인 방송인과의 형평성을 따지거나 "스타벅스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라며 6개월 출전 정지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 논법이다. 기업의 영업 행위와 교육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학원 스포츠에서의 혐오 표현 징계를 동일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성인의 철없는 발언과 공적인 스포츠 대회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역사 왜곡 및 집단 따돌림은 궤를 달리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논리 역시 기만적이다. 기성 정치권의 일그러진 행태를 핑계 삼아 어린 학생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부당하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청소년을 주체적 도덕 행동가가 아닌 면죄부를 받아야 할 미성숙한 존재로만 치부하는 유아적 발상이다. 과거의 다른 사건들을 대조하며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태도는 혐오 범죄에 대한 엄정한 단죄라는 사회적 합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일 뿐이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뒤바꿔버리는 정치권의 폭력성과 야만성


가장 심각한 왜곡을 보여준 이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나 의원은 이를 "스벅 가는 자유도 뺏더니 아이들의 꿈마저 빼앗아 간다"라며 현 정권의 억압적 기조와 연결 지었다. 혐오 구호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상처를 준 행위를 표현의 자유나 '꿈'이라는 신성한 단어로 포장하는 행태나 대한체육회와 야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위법적 연좌제'라고 규정한 대목은 뻔뻔스러운 본말전도의 괴변이다.


이들이 펼치는 가해자 옹호 논리 아래에서 피해자인 광주일고 학생들의 찢어진 가슴은 완전히 지워졌다. 스포츠 공정위원회의 징계는 대학 진학과 야구 인생을 꺾는 폭력이 아니라, 타인의 존엄을 짓밟은 대가가 얼마나 무거운지 가르치는 교육적 조치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앞장서서 과도하다며 사법적·행정적 구제 조치를 운운하는 것은, 일선 교육 현장과 스포츠계가 쌓아 올린 최소한의 도덕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짓이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본말전도식 프레임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좀먹는 해악이며 폭력이다. 


차별과 혐오 표현에 타협 없는 해외 선진국의 엄격한 잣대


정치권의 이 같은 온정주의와 징계 무력화 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비교했을 때 더욱 부끄러운 수준이다. 인종차별과 역사적 비극에 대한 조롱, 혐오 표현에 대해 해외 선진국들은 관용 없는 엄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 고교 및 대학 스포츠를 관장하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나 각 주별 고교체육연합회는 경기 중 상대 팀의 인종, 지역, 역사적 상처를 자극하는 혐오 구호나 행동이 적발될 경우, 즉각적인 경기 몰수패는 물론 해당 팀 전체의 시즌 출전 자격 박탈 등 초강력 징계를 내렸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보다 공동체의 존엄과 스포츠맨십의 유지가 훨씬 상위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계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국제축구연맹(FIFA)은 관중석이나 선수들 사이에서 나치 문양을 사용하거나 인종차별적 야유가 나올 경우, 무관중 경기 징계를 넘어 해당 클럽의 승점 삭감, 대회 퇴출이라는 파멸적인 페널티를 부과한다.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장기 출전 정지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사례나, 나치 경례를 한 선수들이 영구 제명 처분을 받는 사례는 혐오가 스포츠 무대에 발붙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이들 국가에서 가해 선수의 미래가 불쌍하다거나 철없는 아이들의 실수라며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정치인은 없다. 오히려 당연한 조치였다고 받아들이는 문화다. 차별과 혐오를 용인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증오 범죄와 공동체 해체로 이어지기 때문임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 방문과 본질을 흐리는 화해 프레임은 가해자, 피해자 학생들 모두에게 해악적이다


배재고등학교 측이 사태 이후 보여준 태도는 왜 이들에게 중징계가 필연적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첫 사과문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성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다. 진정성 없는 문구의 기계적 반복과 일부 학생의 일탈로 사안을 축소하려는 태도에 피해 학교 측이 사과 수용을 거부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학교 당국은 한동안 책임을 회피하더니, 오는 6일 광주를 직접 찾아 광주일고에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적인 성찰이나 학부모들의 소송 불사 태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같은 행보가 과연 진정한 화해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론의 매를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사과와 보여주기식 참배는 오히려 역사적 비극을 다시 한번 도구화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진정성 없는 화해의 강요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형태의 2차 가해가 될 뿐이다.


더욱이 운동장 밖에서는 극우 세력들이 징계를 받은 야구부를 격려한다며 화환을 보내는 기괴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가해자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 피해자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구조다. 이러한 확신을 심어준 이들이 바로 한동훈, 이준석, 나경원 같은 정치인들이다. 포퓰리즘에 눈이 멀어 청소년들의 반인륜적 일베·밈 문화를 꾸짖기는커녕, 이를 두둔하여 억압에 대항하는 무기로 격상시켜 준 정치적 야합의 결과물이다.


차별과 혐오의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한 사회적 결단


이번 사태는 배재고 야구부라는 특정 학교 운동부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다. 지난 5월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다른 학교 선수가 광주일고를 향해 조롱 섞인 행동을 한 정황이 드러났듯, 청소년층 내부에 뿌리 깊게 박힌 역사 왜곡과 특정 지역 혐오 문화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인터넷 음지에서 유통되던 반인륜적 밈들이 공적인 고교야구 경기장까지 버젓이 침투한 것은 기성 사회의 총체적 교육 실패를 의미한다.


정치권은 당장 가해 학생들을 두둔하는 치졸한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청소년의 꿈을 지키는 방법은 범죄성 혐오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6개월 출전 정지 처분은 결코 과하지 않다. 오히려 역사적 비극을 조롱거리로 삼은 대가치고는 마땅한 수준이다. 가해자의 폭력성에 침묵하고 도리어 날개를 달아주는 정치는 악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는 혐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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