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다. 자신이 사기를 당할 것이라 예상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고도의 지능과 이성을 갖춘 전문가조차 한순간의 방심으로 범죄의 덫에 걸려드는 것이 오늘날 사이버 범죄의 냉혹한 현실이다.
신간 '인생에 한번은 사기를 당한다'(프롬북스)는 현직 웹소설 출판사 대표가 신종 '팀미션 피싱' 범죄 조직에 속아 전 재산을 편취당한 과정을 리얼타임으로 기록한 생생한 에세이다. 저자 김수량은 일요일 오후 무심코 클릭한 부업 권유 댓글 하나가 어떻게 일상을 파괴하고 지옥으로 몰아넣었는지 그 과정을 낱낱이 고발한다.
이 책은 단순한 피해 호소나 감정적 토로를 넘어선다. 사기 범죄 집단이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조종하고 이성을 마비시키는지 차분하게 분석한다. 범죄 조직과 나눈 메신저 대화 전문과 실제 결제 페이지 등을 가감 없이 수록해, 아무리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도 설계된 덫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한다.
책의 1부는 사기가 시작된 토요일 오후부터 112 신고를 거쳐 경찰서에 가기까지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기록했다. 사기범들은 초기 소액의 업무와 환급을 통해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빌드업 과정을 거친 뒤, 다수의 바람잡이가 속해 있는 4인 1조 '팀미션(회원 협동 구매)' 채팅방으로 유도한다. 이들은 '집단책임 압박'과 '시간 압박'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피해자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틈을 주지 않고 추가 입금을 강요한다. 마치 범죄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이들의 악랄한 수법을 폭로하는 구성이 눈길을 끈다.
2부는 뼈아픈 자책과 붕괴된 일상 속에서 저자가 어떻게 다시 희망을 찾았는지 그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담았다. 가진 현금을 모두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저자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결국 곁에 있는 사람이었다. 비난 대신 따뜻한 위로를 건넨 남편과 동생, 연대와 지지를 보낸 커뮤니티 지인들의 이야기는 돈보다 귀한 인간성의 가치를 일깨운다. 저자는 시련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경제 공부와 적극적인 재테크를 시작하는 등 삶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낸 긍정적인 에너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부록에서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인 스캠 4대 유형(투자 리딩방, 로맨스 스캠, 대출빙자형 피싱, 기관 사칭형 피싱)의 범행 프로세스와 피해 현황을 상세히 수록했다. 또한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사기를 판별할 수 있도록 '사기범 진단 체크리스트'를 제공해 실용적인 범죄 예방 가이드 역할도 수행한다.
날로 정교해지는 사이버 범죄의 민낯을 파헤치는 고발서이자, 피해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건네는 회복의 심리학서다. 소중한 자산과 마음을 지켜줄 강력한 백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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