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미수자들이 모인 기묘한 공동체… 미스터리와 치유의 경계를 묻다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조경아가 신작 장편소설 ‘안락정원’(나무옆의자)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들의 내밀한 기록을 선보였다. 전작 ‘3인칭 관찰자 시점’, ‘복수전자’ 등에서 독특한 서사 구조와 사회적 통찰을 보여줬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안락한 죽음’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사는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삼았다.
죽고 싶은 이들의 기묘한 동거, ‘안락정원’의 실체
소설의 배경인 영종도 신도시의 주상복합 빌라 ‘안락정원’은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죽기 위해 찾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감도는 곳이다. 주인공 ‘테오’는 홀로 살다 사라진 여동생 테린의 흔적을 쫓아 이곳에 잠입한다. 목숨을 건 가짜 자살 소동 끝에 입주 자격을 얻은 테오는 그곳에서 의사, 간호사, 형사 출신 입주민 등 각자의 사연을 품은 기이한 이웃들을 마주한다.
안락정원의 생활은 예상과 달랐다. 죽음을 기다리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은 엄격한 규칙 아래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정해진 일과를 수행해야 한다. 테오는 이 빡빡한 일상 속에서 이웃들의 어두운 초상을 목격하며,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예기치 못한 통찰에 이르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만큼, 살리는 방법도 다양하다”
작가는 보육원 출신의 노숙자, 사기 피해로 무일푼이 된 사업가, 가족의 죽음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인물들을 안락정원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았다.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응시하며 ‘잘 죽는 것’만큼이나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몸소 체험한다.
특히 전작들에서 활약했던 캐릭터 ‘테오’가 다시 등장해 세계관을 연결하는 점도 흥미롭다. 연쇄살인범의 아들로 태어나 폭력의 언저리에서 살아남았던 테오는 이제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들의 조력자이자 관찰자로서 안락정원의 숨은 비밀과 402호의 정체를 파헤치며 극의 긴장감을 주도한다.
어둠 속을 파고드는 햇살 같은 희망의 서사
조경아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죽음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믿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한 걸음만이라도 삶 쪽으로 이끌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설은 자살과 조력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현대인의 고독과 연대를 다룬 ‘안락정원’은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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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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