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광화문의 밤하늘은 전 세계 190여 개국으로 송출될 넷플릭스 생중계 화면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라이브 'ARIRANG'은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아리랑'을 앞세워 세계의 중심에서 다시 한번 K-팝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축제의 서막 뒤로, 우리는 무거운 질문 하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지금의 K-팝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가.
최근 수년간 K-팝 산업은 그야말로 '유례없는 성공'의 가도를 달렸다. 빌보드 차트 점령은 일상이 되었고, 주요 아티스트들은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엠버서더로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그 근간을 지탱해 온 팬들의 '보이지 않는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장벽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티켓 가격'이다. 과거 7만 원이면 충분했던 콘서트 티켓값은 이제 기본 20만 원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수요에 따른 가격 변동제)이라는 명목 아래 VIP석은 일반 서민이나 청소년 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팬미팅 역시 '팬들과의 만남'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창구로 전락했다.
과거의 K-팝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광장의 문화였다면, 지금은 입장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소수만이 향유하는 폐쇄적인 사교 클럽으로 변질되고 있다. 기획사들이 '돈맛'에 취해 해외 시장과 고액 결제층에만 매몰되는 사이, 국내 팬들이 체감하는 심리적 거리는 안드로메다만큼 멀어졌다.
과거 미쓰에이, 빅뱅, 소녀시대의 노래는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전국민이 후렴구를 떼창하던 시절이 있었다. 팬덤의 경계를 넘어 대중의 정서를 파고드는 '음악적 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K-팝은 대중성보다는 강력한 팬덤의 '화력'에만 집중한다.
기획사들은 음악의 질적 향상보다는 팬덤의 경쟁심을 자극해 앨범 수십 장을 사게 만들고, 굿즈를 수집하게 만드는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음악은 이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소속 가수의 순위를 올리기 위한 도구 혹은 소유를 증명하는 영수증으로 전락했다. 낭만이 사라진 자리에 자본의 논리만이 들어선 셈이다.
특히 일부 아티스트들이 공연 시간을 대폭 늘리거나 좌석별 시야를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는 등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키려 노력하는 반면, 대형 기획사들은 여전히 '어른들의 돈싸움'에 혈안이 되어 팬들을 수익 창출의 소모품으로 대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K-팝은 '그들만의 리그'로 고립될 것이 자명하다.
오는 3월 21일 광화문에서 펼쳐질 BTS의 라이브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그간 K-팝이 쌓아올린 높은 벽을 일시적으로나마 허무는 시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 'ARIRANG'이 담고 있는 한(恨)과 흥, 그리고 화합의 정신은 K-팝 산업 전체가 회복해야 할 핵심 가치다. 이제 K-팝은 단순히 '잘 팔리는 상품'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적 유산'으로 진화해야 한다.
기획사들은 눈앞의 영업이익에 매몰되어 팬들의 상실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팬덤의 충성도를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티켓 가격의 현실화, 음악적 대중성의 회복, 그리고 팬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전성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K-팝이 다시 '모두의 노래'가 되기를 희망한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가수의 앨범 한 장을 사며 설레던 그 순수한 낭만을 되찾아야 한다. 3월 21일, 광화문에 울려 퍼질 아리랑 선율이 단순히 컴백을 알리는 신호탄을 넘어, 탐욕에 찌든 K-팝 산업의 자기반성과 새로운 진화를 촉구하는 경종이 되기를 기대한다.
화려한 무대 조명 뒤에 가려진 팬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산업에는 미래가 없다. K-팝은 이제 '지갑'이 아닌 팬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 세계가 사랑하는 K-팝이 걸어가야 할 진정한 '아리랑 고개'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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