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안식처가 아닌 굴레가 되고, 혈연 중심의 제도가 오히려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시대에 새로운 관계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신간이 출간됐다. 오월의봄에서 펴낸 차해영 저자의 에세이 가족 없는 시대 - 혼자의 삶을 지키는 돌봄의 권리는 1986년생 저자가 겪은 절렬한 자기 기록이자, 정상가족 프레임의 허구를 파헤치는 날카로운 생활정치서다.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불행한 가족사를 고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단절되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투병과 죽음을 홀로 감당하며 저자가 맞닥뜨린 행정적 벽과 사회적 편견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최현숙 작가는 이 책을 두고 징그러운 가족사의 장면들을 유쾌하게 서술하면서도 가족 너머의 정책과 정치를 조목조목 찾아내 확장한 기록이라 평했다. 그는 특히 통계로는 알 수 없는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처지에 주목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제대로 된 돌봄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탁월하고 꼼꼼한 정치 이야기를 무조건 권한다고 강조했다.
상담가이자 작가인 장재열 편집장 역시 이 책이 가진 위로의 힘에 주목했다. 그는 정상가족 프레임 속에서 상처받으면서도 자책하며 버티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자가 결핍을 비관하는 대신 새로운 가능성으로 채워나가는 용기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차라리 가족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공감을 넘어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근거 있는 위로이자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통찰도 이어진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출생부터 죽음 이후의 추모까지 여전히 혈연 가족에 묶어두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이미 정상가족 바깥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저자가 보여준 고민과 상상이 돌봄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자 차해영은 마포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현장의 문제를 제도로 연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과 의료, 장례와 상속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1인가구의 현실적 대안을 모색한다. 책의 부록에는 돌봄과 법률 영역 등에서 개인이 고립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생활정보를 수록해 실용성을 더했다. 가족이 기본값이 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이 책은, 혼자일 권리가 곧 안전하게 연결될 권리임을 역설하며 우리 사회의 돌봄 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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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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