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을 알면 알수록 감동은 경악으로, 기대는 분노로 변할 수도 있다

아모스 기자

등록 2026-01-09 23:23


정치가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그 자체로 울림이 있었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공존하는 ‘무지개 사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는 내란의 상흔을 겪은 국민에게 치유의 복음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통합’의 상징으로 내세운 인물이 이혜훈 전 의원이라는 점에 이르면, 이혜훈을 알면 알수록 감동은 경악으로, 기대는 분노로 변할 수도 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발언 전문이다.


— "생각도 다양하고 입장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고 많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무려 5,200만이 모여서 사는 게 대한민국 공동체입니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특정한 세력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는 모두를 대표해야 합니다. 

전쟁은 점령해서 다 갖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다 제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정치란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최종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 함께한 세력, 사람들만이 모든 것을 누리고 그 외에는 모두 배제하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되어 버립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다 파랗게 만들 수 없는 거예요. 빨간색은 우리나라 공동체 자격을 상실하는 겁니까? 그렇지 않죠.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 아닙니까? 다만 주도할 권한과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죠. 그게 문명이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나 아니면 전부 적이다, 제거 대상이다.' 결국 그러다가 내란 사태 때까지 벌어진 거 아닙니까? 다 없애 버리려고. 우리가 다시 정말로 정상인 사회로 되돌아가려면 통합, 포용의 역할을 더 강하게 더 크게 더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긍정해 주고, 의견이 다른 게 불편함이 아니라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모래만 모아 놓으면 모래더미죠. 내가 모래면 자갈, 시멘트(가 섞여야 하듯 다름이 모여야 단단해진다)"라며 비유를 통해 통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1월 1일 국무회의 발언과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내정을 둘러싼 국민적 반응은 ‘통합을 위한 결단’이라는 긍정적 기대‘원칙 없는 야합’이라는 냉소적 비판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진정한 무지개 내각" vs "정체성 잃은 잡탕 내각"


  • 대통령이 언급한 ‘파란색과 빨간색의 공존’ 비유에 공감하는 시민들은 이번 인사를 내란 사태 이후 극에 달한 진영 갈등을 끝내기 위한 ‘파격적인 통합 행보’로 평가한다. "모래와 자갈이 섞여야 콘크리트가 된다"는 비유처럼, 보수 인사를 중용해 국정 운영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반면 지지층 일각에서는 “다양한 색이 섞이면 무지개가 아니라 검은색 잡탕이 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특히 대통령이 추구하는 확장 재정 정책과 정반대 궤를 걸어온 ‘재정 매파’ 이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정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과거를 딛고 미래로" vs "내란 옹호자에게 면죄부"


  • — 다음은  2025년 12월30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사과문 전문이다.
  •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극복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입니다.

그러나 당시는 제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에 매몰되어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두고 있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는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추운 겨울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상처받으신 국민들, 저를 장관으로 또 부처의 수장으로 받아들일 공무원들 모든,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이 정부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결코 개인의 영예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평생 쌓아 온 경제 정책의 경험과 전문성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단 한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내려진 책임의 소환이며 저의 오판을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이 사과의 무게를 증명하겠습니다.

계엄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청산하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미래와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온몸으로 헌신하신 민주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이 후보자가 사과문을 통해 “당파성에 매몰되었음을 고백”하고 “과거와 단절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국정에 기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만큼, 실용적 관점에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 그러나 불과 1년 전 “민주당의 내란 선동”을 외치며 계엄 세력을 옹호했던 인물을 단숨에 요직에 앉히는 것은 ‘역사적 정의의 실종’이라는 지적이다. "사과 한 마디에 장관 자리를 내주는 것이냐"며 대통령의 ‘포용’이 가해자에게만 관대한 것 아니냐는 날 선 목소리가 높다. 김용남 전 의원은 "보수 인사 기용 자체는 정치적 효과가 있지만, 헌법수호TF가  활동 중인데  윤석열 탄핵에 반해하고 석방을 주장했던 인사를 중용한 것은 국민들과 공무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전문성 기반의 실용 인사" vs "정치적 노림수일 뿐"

  • 경제 전문가로서 이 후보자의 경륜이 예산처의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보수 진영 인사를 통해 야당과의 협치 창구를 마련하려는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 반면에 보수 진영 내부를 분열시키거나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반응도 존재한다. 특히 국민의힘 측에서는 “은전 30냥에 영혼을 판 유다”라며 이 후보자를 비난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인사를 ‘보수 궤멸을 노린 수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성이 정책보다 우선" - 갑질 논란에 따른 여론 악화


  • 대통령의 철학적 배경과는 별개로, 최근 터져 나온 보좌진 폭언 및 갑질 녹취록에 대해서는 진영을 불문하고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다. "통합과 포용을 말하면서 정작 주변인에게 폭언을 일삼는 인물을 내정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무지개’ 비유가 후보자의 개인적 자질 논란에 묻히고 있는 형국이다.


공직자는 국민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대리인이다. 그 대리인의 자질 중 가장 으뜸은 동료 시민과 공직 사회를 대하는 ‘인격’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를 둘러싼 최근의 폭로들은 그가 공적 권력을 맡기에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좌진을 향해 “아이큐가 한 자리냐”, “죽여버리고 싶다”는 폭언을 일삼고, 자택의 프린터 수리 같은 사적 심부름에 국가의 녹을 받는 보좌진을 동원한 행태는 단순한 ‘다혈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람을 수단으로 보는 도구적 인간관의 발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과 ‘다름의 인정’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수하조차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못하는 인물이 어떻게 5,200만 국민의 혈세를 주무르는 예산처의 수장이 되어 공무원 조직을 통솔하겠는가.


더욱이 어제는 보좌진을 향한 폭언이 잇따라 폭로되고, 오늘은 아파트 부정청약, 내일은  또 뭐가 폭로될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날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이혜훈 후보자의 기획예산처 장관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47%가 '부적합', 16%가 '적합'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자가 기획예산처 장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지 의문이고 공직자들이 존경심을 가지고 따를 리 없다. 이혜훈의 언어는 ‘무지개’를 구성하는 하나의 빛깔이 아니라, 타인의 존엄을 짓밟는 ‘폭력’일 뿐이다. 부정부패와 탐욕으로 얼룩진 이혜훈의 전문성은 국민에게는 재앙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혜훈 후보를 포기하고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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