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출판문화원, ‘중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출간 전쟁·종파 갈등 너머 10개국 시민사회의 투쟁과 희망 기록

전쟁, 독재, 종파 갈등이라는 비극적 수식어에 가려졌던 중동의 ‘진짜 얼굴’을 탐구한 신간이 출간됐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이 펴낸 『중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은 아랍의 봄 이후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온 중동 시민사회의 저력을 심층 분석한다.
구기연, 한하은, 안소연 등 중동 지역 전문가 9인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튀니지부터 이란, 이스라엘에 이르기까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10개국의 사례를 통해 ‘중동 예외주의’라는 서구적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책은 총 3부에 걸쳐 중동 시민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한다.
제1부에서는 튀니지의 헤게모니 투쟁과 이집트의 사회적 기업, 시리아의 민간 구조대 ‘화이트 헬멧’, 그리고 쿠웨이트의 독특한 소통 공간인 ‘디와니야’를 통해 시민사회가 어떻게 자발적으로 태동하고 발전했는지 살핀다. 특히 정부의 무능과 억압 속에서도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자처한 시민들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제2부는 저항의 상징이 된 거리의 목소리를 담았다. 레바논의 탈종파주의 운동, 이라크의 티슈린 운동, 이스라엘의 사법 개편 반대 시위 등 분열을 딛고 통합과 변화를 외치는 시민 영웅들의 여정을 추적한다.
제3부에서는 중동 시민사회의 새로운 주역인 여성과 청년,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 집중한다. 바레인의 디지털 저항운동, 튀르키예의 쿠르드 여성운동, 그리고 이란의 ‘여성, 생명, 자유’ 시위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세대의 투쟁사를 기록했다.
저자들은 중동 시민사회가 단순히 서구 모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적 전통인 '와크프(Waqf)'나 비공식 공론장과 같은 고유한 작동 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중동을 바라보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지역적 특수성과 보편적 인권 가치가 어떻게 공존하며 대안적 질서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점이다.
대표 저자인 구기연 서울대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위기의 중동에서 시민사회는 여전히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책은 강력한 긍정의 답을 제시한다"며, 이들의 실천이 단순한 저항을 넘어 미래 정치의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역설한다.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을 아우르는 학제적 접근과 풍부한 현장 연구를 결합한 이 책은 중동 지역에 대한 학술적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위기 시대에 시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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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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