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사 대신 현장의 체온으로 '관계의 기술' 제시
신진규 저자의 산문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우리』가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건설직 공무원, 실업계 고교 교사, 제자들의 멘토로 살아온 저자가 일과 관계의 현장에서 배운 깊은 통찰을 가장 한국적인 호칭인 "우리"라는 키워드에 담아낸 기록이다.
저자는 선행을 일회성 이벤트로 소비하는 대신 생활의 꾸준한 루틴으로 정착시키는 길을 보여준다. 이 산문집의 미덕은 화려한 수사나 감정의 과잉 대신 따뜻함과 성실함에 있다는 평가다. 간결하고 기능적인 문체는 현장의 냄새와 시간의 결을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긴다.
책에는 저자의 치열했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은 샘골 마을에서 노인들의 목욕을 돕던 「개천절에 만난 사람들」은 연민을 과시하지 않고 노동의 디테일로 노인들의 존엄을 지키는 모습을 포착한다. 88올림픽 무렵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숨가빴던 하루들을 담은 「결혼기념일」은 생활의 꾸준함이 관계를 지탱하는 힘임을 일깨운다.
또한 공고 3학년에서 공무원 시험을 거쳐 다시 진학으로 방향을 튼 자신의 궤적을 다룬 「나의 과제」에서는 공부를 단순히 시험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언어로 복권하는 저자의 집요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기능사 시험 감독으로 교정시설을 방문한 「교도소에서」는 규율과 땀의 장면을 통해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말을 자격과 재활의 현실로 연결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특히 교육자로서의 경험은 제자와 스승의 지속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제자의 주례를 맡아 10년 전 교실을 호출하는 「10년 전의 그 마음처럼」은 멘토십이 기억과 약속의 지속임을 증명한다. 졸업생들이 김치, 쌀, 패딩으로 마음을 돌려주는 「김장철」은 '주는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위치가 바뀌는 쑥스러움과 기쁨, 그리고 받은 것을 다시 나누는 생활의 순환을 일상의 윤리로 제시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힘은 결국 "우리"라는 호칭이다. 저자는 가족, 제자, 동료, 이웃을 서로의 시간에 조금씩 책임지는 존재로 부른다. 제목의 '우리'는 소유격이 아닌 관계격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우리'라는 말을 배우는 일은 곧 '함께 사는 기술'을 익히는 일이다.
저자는 전주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에서 건축공학교육학을 전공한 뒤 계룡건설 건축기사, 그리고 부안고등학교, 전주공업고등학교, 이리공업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전국중등수석교사 협의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북 무형문화재(천철석 소목장 전수장학생)로도 활동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책은 영웅담이 아니라 생활의 기쁨과 보람, 그리고 인간성의 존엄을 복권하는 기록이다. 독자들에게 "오늘 내 자리에서 할 일을 조금 더 잘해 보자"는 소박하고 단단한 결심을 남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우리』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한 '우리'의 언어,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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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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