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 보미건설, 아이티엠건축, 한미글로벌, 더워터멜론 참여
철근 콘트리트(112세대)·목조(18세대) 총 130세대… 11개 타입 평형의 타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체 협동조합 설립, 이후 7년 만에 완공… 원주민 재정착률 80% 목표
9월 24일(수) 11시 착공식… 2027년 상반기 일반 분양·2028년 6월 준공 예정
개운산마을 조감도
서울 성북구 종암동 81-188번지 일대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 9월 24일(수) 오전 11시 착공식을 가지며,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을 알린다.
사업 면적 5097㎡에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의 총 130세대로 진행하고 있는 이번 사업은 설계사로 간삼건축, 시공사는 보미건설, 감리사는 아이티엠건축,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으로는 한미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사는 더워터멜론이 참여한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나무 아파트(총 18세대)를 도입한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목재 공급사로는 핀란드의 세계적 공학목재 기업 스토라 엔소(Stora Enso)를 선정했다. 최근 화두가 되는 기후 위기와 그에 대한 대책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고민하는 시점에 첫 목조 아파트 건축 계획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목조 아파트는 건축적 혁신성을 갖춘 미래 건축 소재로, 기후위기 시대에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 (건설) 폐기물 관리, 자원 효율성 향상 등을 가져올 수 있다.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인 한국으로서는 효율성이 뛰어나고 가성비가 높은 실천 방안이다.
개운산마을 18가구를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을 경우 이산화탄소가 총 5130t이 나오는 반면, 목구조를 적용하면 배출량이 1062t으로 79.3%가량 줄어든다. 이는 차량 2만여 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
또한 외단열을 통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설계해 ‘탄소중립 아파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외부에서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아도 실내 온도와 쾌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초저에너지 건물을 말한다.
‘패시브(Passive)’란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쓰기보다 건물 자체가 환경에 수동적으로 적응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다. 70~90%의 에너지를 절약해 난방·냉방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쾌적한 실내 환경(겨울에도 실내 표면 온도 일정)을 유지하고, 곰팡이와 결로 예방 등에 장점이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공사비가 많이 들어 일부 고급 단독 주택이나 타운하우스 등에서 적용하는 사례가 있지만, 개운산마을처럼 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은 국내 최초의 사례다.
개운산마을은 100세대의 소규모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1000세대 이상의 대규모 정비사업과는 다른 장점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조합원 모두가 일찌감치 100% 사업 추진에 동의할 만큼 조합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점이다. 또한 정비사업조합이 별도의 정비업체(공식 명칭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에 용역 계약을 하지 않고, 조합원들로 구성된 집행부가 사업시행자로서 직접 정비사업 전반을 기획·운영·관리하고 있다는 것도 이채롭다.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이원형(47) 조합장은 “공장처럼 찍어내는 59, 84㎡ 타입의 전형적인 아파트 주거 문화를 바꾸고 싶었는데, 마침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접하게 됐다. 건축을 전공해서 책상에서의 설계와 현장에서의 시공 업무를 같이 해보니 지금의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설계 구조가 너무 아쉬웠다. 자의 반 타의 반 조합장을 맡게 됐지만, 조합원 중에서 법무, 재무 업무 등에 역량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조합이 자체적으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대규모 정비사업이 2~3개의 타입으로 일률적으로 설계 분양하는 것과 달리 모두 11개 타입의 다양한 평형의 세대 설계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층간 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복층(69㎡ 10세대, 75㎡ 34세대, 115㎡ 3세대) 설계를 한 것은 물론 △대가족이나 임대 수익을 고려하는 은퇴자들을 위해서는 세대 구분형(93㎡ 18세대, 133㎡ 8세대)으로 다양하게 설계했다.
개운산마을 사업지는 조합원(29명)들이 모두 단독주택 소유자들이라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타운하우스(69㎡ 복층, 10세대)와 아파트(20층, 13층, 11층 총 120세대)를 결합한 ‘타운 아파트’ 콘셉트로 설계했다.
타운하우스(Townhouse)는 여러 세대가 한 건물, 혹은 일렬로 붙어서 사는 주택 형태로, 겉모습은 단독주택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 일부 벽을 옆집과 공유한다. 테라스 하우스(Terrace House), 또는 로우 하우스(Row House)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아파트 운영 관리 측면에서는 입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개운산마을 정비사업조합은 2021년 4월 조합을 설립하고, 2022년 7월 건축심의를 완료, 2023년 10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24년 4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보증 심사를 받아 공사비와 이주비 등을 확보,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재개발 정비사업이 ‘선분양 후시공’을 하는 데 반해 개운산마을은 ‘선시공 후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일반 분양은 2027년 상반기에 진행할 예정이고, 준공 예정일은 2028년 6월이다.
이렇게 일반 분양을 하는 이유는 RC(철근콘크리트) 구조와 목재 구조가 하이브리드로 시공되는 아파트가 국내 최초의 사례라 이 공사 과정을 일반 분양 신청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안심하고 청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급변하는 거주 환경을 고려해 실수요자들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
또한 건축물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설계, 시공, 운영의 전 과정을 하나의 정보 모델로 통합함으로써 프로젝트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반의 설계-시공-관리 체계를 정비사업조합으로는 아주 드물게 도입했다.
개운산마을 주택정비사업은 조합 설립부터 착공까지 4년 만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도 했고, 투자를 목적으로 한 손바뀜이 거의 없다 보니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이 현저히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기준으로 조합원의 90% 정도가 재정착할 예정이다.
앞으로 3년의 공사 기간이 남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재개발 정비사업의 원주민 재정착률, 즉 사업 완료 이후 다시 해당 지역에 입주하는 주민의 비율이 평균 27.7%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목표로 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의 원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는 사업장인 셈이다.
개운산마을은 던바의 수(Dunbar’s number,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수)로 일컬어지는 150명을 넘지 않는 130세대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아주 시사적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 이점은 있지만, 이웃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를 구성하기에는 세대수가 너무 과도하게 많기 때문이다.
개운산마을 사업지는 지하철 4호선 길음역과 6호선 고려대역, 동북선 종암경찰서역(2028년 개통 예정), 내부순환도로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한 데다 종암경찰서와 성북소방서, 성북평생학습관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주변 학군으로는 사업지와 바로 붙어 있는 개운초등학교, 종암중학교와 개운중학교, 서울 사대부고, 고려대 등이 있다.
또한 이곳은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여유로운 동네 골목 상권을 즐길 수 있는 ‘슬세권’, 즉 슬리퍼 차림과 같은 편한 복장으로 카페나 편의점, 도서관, 쇼핑몰 같은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이기도 하다.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이원형 조합장은 “조합원 대부분이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서 이곳으로 이사하신 분들이고, 30년 넘게 사신 어르신들도 많아 단독주택의 여유로움과 아파트의 편리함을 절충한 타운아파트 콘셉트로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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